전통과 탈전통의 맥락 위에 선 홍지연의 동시대성
critic & column | 2007/04/11 18:31

전통과 탈전통의 맥락 위에 선 홍지연의 동시대성
The Contemporary : 홍지연, 2007.4.11 - 4.24, 인사아트센터
데뷔 이래 지난 10년동안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다양한 이미지들을 뒤섞고 짜맞추는 혼성의 극치를 보여주더니 지난 몇 년간은 민화 모티브의 연작을 발표해왔던 홍지연. 그가 8년만에 개인전을 열었다. 서구의 고전과 동시대의 대중문화를 접목하던 그는 전통회화의 맥락을 동시대의 감성영역으로 끌어들였다. 그는 전통적 도상의 형상과 색채를 전혀 다른 맥락 속에 재배치함으로써 전형을 흐트러뜨리고, 규범을 파괴하며, 기존의 의미체계를 교린하고 있다. 그것은 엄격한 이분법적인 구분들을 혼재와 혼융의 양상 속에서 재편하는 작업이다. 서로 다른 이질적인 요소들의 창의적인 결합이야말로 비판적 시선의 동기이자 결론이다. 따라서 그것은 형상인식과 색채감각 모두가 서구적인 근대성에 포섭되는 상황에 대한 강력한 이의제기이다.
홍지연의 이러한 재구조화 작업은 전통미학의 규범으로 회귀하지 않는다. 그의 작업은 생명체와 사물, 색면과 선의 요소 등에 걸쳐 종횡무진한다. 호랑이와 모란과 수탉과 연꽃과 색동 줄무늬가 부분적으로 결합하여 전혀 다른 맥락을 만들어 낸다. 이러한 시도는 각각 다른 시점의 책가도와 색동 줄무늬의 조합을 통해서 매우 감각적인 색면추상회화를 보여주기도 한다. 이번 전시의 야심작인 <레퀴엠>에 등장하는 검은 배경 위의 모란꽃은 부귀와 죽음의 동거를 통해서 ‘화려한 죽음’이라는 역설을 성립시킨다. 그의 작업이 시각적 요소들의 재배치를 통해서 감각적인 화면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비판적인 사유와 열린 감성을 동반하고 있다는 것을 증거하는 대목이다.
겉보기에 화려한 홍지연의 작품은 실은 음울한 회의와 도발적 상상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경계를 넘나드는 유동적인 주체의 모습으로 경계 위에 서있기 때문이다. 고착화한 시각체계를 교린하며 문화적 혼성을 제안하는 홍지연의 작업은 따라서 새로운 인지와 감성을 개발하는 지평융합의 장이다. 나아가 그것은 한국적 전통을 내세우며 스스로 전통을 박제화하고 사물화하며 타자화하는 구태의 시각을 뒤집는 행위이다. 우리가 홍지연으로부터 동시대의 감성으로부터 나오는 낭랑한 내러티브를 기대하면서, 동시에 근원적인 차원에서 우리시대의 시각체계를 재검토하는 성찰의 자세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김준기(미술비평, www.gimjungi.net)
* 주간동아 기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