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예술마을 만들기와 평야에 금긋기 퍼포먼스
critic & column | 2006/06/06 01:05

평화예술마을 만들기와 평야에 금긋기 퍼포먼스
지난 5월4일의 행정대집행 때 마을 사람들의 거점이었던 대추분교가 완전파손 당했다. 건물 외벽에 그려진 주민들의 초상들도 모두 손상되었다. 들사람들 현장소장 김성수 작가를 비롯한 수많은 작가들이 공동작업한 <대추리사람들>은 그렇게 한 순간에 사라졌다. 유일하게 포크레인 삽집을 면한 작품이 있다. 고 구본주의 <갑오농민전쟁>이 그것이다. 콘크리트 폐허 앞에 멀쩡하게 서 있는 이 작품은 그 어느 전시장에서보다 리얼하게 고주파의 메시지를 발신하면서 우뚝 서있다. 그 뒤의 폐허에는 현장미술가 최병수의 잡동사니 솟대들이 꽃피어있다. 부서진 콘크리트의 철근을 기둥삼아서 호미나 삽 등과 같은 농기구를 포함해 다양한 오브제들로 솟대를 만들고 있다. 이윤엽은 아예 대추리 빈집에 작업실을 꾸렸다. 그는 동네사람들 초상화를 비롯해서 수많은 작업들을 해내며 대추리 지킴이 예술가로 자리잡았다. 담배가게 담벼락에 그린 <황새울 가족>이 그의 작품이다.
최평곤의 <문무인상>과 <파랑새>는 마을의 지킴이가 된 지 오래다. 임옥상의 포탄조형물, 노순택의 사진, 이진우의 벽화, 오아시스프로젝트의 프랙카드 등 수많은 예술가들의 작품이 대추리를 평화예술마을로 변모시켜왔다. 최근에는 60여명의 작가들이 대규모 기획전을 열고 있어 이러한 분위기가 한껏 고조되어 있다. 올해로 18회를 맞이하는 민미협의 연례기획전인 《조국의 산하전》(5.27-7.2)이 전시장소를 평택으로 삼았다. 전시장은 ‘대추리 농협창고와 그 주변’이다. 창고공간의 안팎에 걸쳐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미국과 미군과 미군기지, 전쟁, 삶 등 주제도 다양하다. 박흥순, 여운, 이종구 등을 비롯한 중진 작가들에서 김천일, 배인석, 이원석 등 중견 작가들에 이르기까지 회화, 판화, 조각, 설치 작업들이 출품되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평택을 마치 전쟁터를 보는 것 같은 대규모 유혈 충돌이 일어났던 곳으로만 기억할 것이다. 더러는 보상금과 연루된 실랑이가 좀 길게 이어지고 있는 곳이라고 알고 있다고도 한다. 물론 지금도 그곳 평택은 긴장이 감도는 곳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우리가 정말 눈여겨봐야할 것은 충돌이나 갈등이 아니다. 지금 평택에는 평화의 싹이 움트고 있다. 폐허의 땅에서도 삶을 이야기하는 땅의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 곁에 평화를 노래하는 예술가들이 있기 때문이다. 끝으로 참고사항이 하나 있다. 지금 국방부도 그 옆에서 아트를 하고 있다. 거대한 대지미술 퍼포먼스가 진행 중이다. 연일 수십대의 포크레인이 쉼없이 들녘을 파헤치고 있다. 그들은 평택 들녘에 거대한 금을 긋고 있다. 평야에 금긋기 퍼포먼스. 이 얼마나 웅장한 대지미술 프로젝트인가. 참으로 야릇한 일이다.
김준기(미술비평)
* 주간동아 게재 예정이었으나 싣지 앉은 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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