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치한국을 보라 : 박홍순

critic & column | 2006/08/08 21:49



키치한국을 보라

박홍순 : 꿈의 궁전, 2006. 7. 19- 8. 7, 갤러리 쌈지

중세 유럽의 교회를 본 따 만든 거창한 돔양식의 건축물, 모스크바의 궁전을 모방한 플라스틱 구조물, 그리스 로마의 기둥 양식들을 끌어들여 인테리어를 장식하는 건물 외관, 플라스틱으로 만든 형광색 야자수 나무, 장식물 풍차가 돌아가는 네덜랜드 풍의 건물 등 박홍순의 흐릿한 시선에 포착된 이러한 장면들은 키치한국을 대표하는 아이콘들이다. 그것은 한국사람들의 내면에 깊숙이 각인된 문화적 취향의 외표들을 함축하고 있는 첨단의 문화적 지표들이다. 서울 도심과 휴양지 곳곳에 자리잡은 각종 건축물들을 촬영한 그의 카메라는 따라서 한국사회 특유의 식민화한 문화현상인 키치한국의 절정을 파헤치고 있다.


박홍순의 카메라가 백두대간과 한강 구비구비를 거쳐서 도심 속 키치 건축물들을 포착한 것은 자체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그는 뚜렷하게 형태와 색채를 담아내는 고성능 카메라 대신에 가장 원시적인 작동 원리를 가진 핀홀 카메라를 사용했다. 핀홀은 말 그대로 카메라 렌즈 대신에 바늘 구멍 하나로 피사체를 끌어들이는 먹통 카메라다. 따라서 안정적이고 명징한 화면 대신에 불안하고 흐릿한 화면을 만들어낸다. 사진작가가 핀홀로 작업하는 것 자체가 일종의 외도 같은 것이다. 예의 흑백화면에서 보였던 엄격함과 유장함과는 한참 결이 다른 핀홀 카메라로 촬영한 흐린 화면들은 말랑말랑하게 연성화한 작가의 삶과 의식을 보여준다.



핀홀에 담긴 한국의 카페와 예식장, 모텔 등은 이성간의 만남을 주선하는 장소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만남과 대화의 공간이며, 사회적 관계의 의례공간이고, 신체욕망을 실현하는 공간이다. 예식장과 모텔이라는 공간이 번성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매우 한국적인 현상이기는 하지만, 그것보다 더 한국적인 것은 그 공간들의 안팎을 꾸미고 있는 독특한 취향들이다. 그것들은 한결같이 유럽을 꿈꾼다. 고대와 중세와 근대의 유럽이다. 박홍순은 한국적인 특성이 가장 잘 드러나는 특수기능의 공간을 장식하고 있는 키치 이미지들을 흐릿한 화면으로 잡아냄으로써 중의적인 시선을 드러내고 있다. 핀홀 특유의 화면효과는 욕망의 세계에 대한 몽환적인 이미지로 끝나지 않고 키치한국의 공허함을 드러내는 데까지 도달하고 있다.

2006/08/08 21:49 2006/08/08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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