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렉터 조재진의 눈으로 담아낸 민중미술

critic & column | 2007/01/31 09:51


컬렉터 조재진의 눈으로 담아낸 민중미술

민중의 힘과 꿈 - 청관재 민중미술컬렉션전, 2007.2.2-2.19, 가나아트센터 전관

민주화를 이룬 지 20년 되는 해를 기념해서 청관재 조재진의 컬렉션 150여점을 만날 수 있는 대규모 전시가 열린다. 민중미술의 대표작들을 분별해 볼 수 있는 이 전시는 한 컬렉터가 작품을 수집하는 안목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첫 번째 전시장에는 초현실주의적인 표현기법으로 한국근현대사를 특유의 불기둥 같은 형상 속에 담아낸 거장 신학철의 작품들이 80년대 민중미술의 굵은 줄기를 보여준다. 이어서 강요배, 김정헌, 민정기, 이명복, 이종구, 황재형 등 현실과 발언, 임술년 등의 그룹활동을 했던 주요 작가들의 밀도있는 작품들이 민중미술의 전개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정부미 포대에 농부의 얼굴을 그린 이종구와 태백 탄광촌으로 들어간 황재형은 작품 속에 진한 삶의 리얼리티를 담고 있다. 특히 도시락 식사를 하는 광부의 모습을 월급봉투에 찍은 황재형의 판화 <월급봉투>는 삶의 현장에 결합하는 예술가의 태도에 경의를 표하게 한다.

광자협에서 출발해 민미련이라는 전국단위의 미술운동조직을 꾸렸던 홍성담의 저 카랑카랑한 오월판화 7점도 컬렉션의 대상이 되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박불똥의 꼴라주, 이철수의 초기 목판화 작품들 등 한 시대를 풍미한 중진 작가들의 초기작들이 민중미술의 산 역사를 증언하고 있다. 70년대부터 80년대 민중미술이 태동하고 뿌리를 내리기까지 선구자 역할을 했던 오윤도 있다. 임옥상의 작품들 가운데 1997년에 그린 <불>을 비롯해 잘 알려진 초기의 작품들을 볼 수 있다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직접 도록서문을 써서 지난 20여년간 조재진 컬렉터가 민중미술을 아끼고 후원하면서 인연을 맺어왔던 사연을 소개하고, 민중미술운동의 최전선에 서있었던 미술평론가 최열은 긴 호흡으로 20여년 세월을 돌아보며 민중미술의 동시대적 의미를 되짚고 있다. 출품작들 자체가 가지고 있는 매력이야 두말할 나위 없을 테고, 이 전시가 의미있게 다가오는 또 하나의 매력은 미술권력과 시장에서 전혀 주목하지 않고 있던 새로운 미술흐름에 대해 한 컬렉터가 자신의 안목으로 꾸준히 모은 작품들을 통해서 민중미술이라는 거대한 흐름을 일별해 볼 수 있다는 데 있다. 민중미술과 비슷한 성향을 가진 중국 현대미술 작품이 저토록 강세를 보지 않은가. 20여년전 자생적인 미술운동을 통해서 이룩한 80년대 리얼리즘 미술의 성과를 재평가해보는 일.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노치지 말고 챙겨야 할 중요한 일이다.

김준기(미술비평, www.gimjungi.net)

* 주간동아 기고문
이미지는 웹하드 ganakh / ganagana

2007/01/31 09:51 2007/01/31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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