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의 경로와 이미지들 : 이옥련 개인전 리뷰

critic & column | 2007/06/25 22:23


체험의 경로와 이미지들

이옥련, 2007.4.13 - 5.13, 아르코미술관


아르코미술관의 중진작가 초대전으로 재독 작가 이옥련 개인전이 열렸다
. 중진 작가, 특히 사진 작가의 경우 작품의 생산에 따른 동시대적 소통에 있어서 모종의 타협의 기로에 서곤 한다. 그런데 이옥련에게서 그런 점을 발견하기 어려웠다. 그는 특정한 지점에서의 집중적인 슈팅만으로 그럴듯한 효과를 만들어내는 작가가 아니다. 그는 오랜 시간동안 작가의 행위를 토대로 그 행위 과정에서 채집한 이미지들을 가지고 최종의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 따라서 그의 작업에서는 결과만큼이나 과정이 중요하다. 그 때문에 이옥련의 사진 작업들은 이미지의 중첩에 의해서 만들어진 로망과 판타지로 가득하다. 그의 작업은 우리가 쉽게 단정하는 정체성이라는 것이 얼마나 많은 수의 종다양성 속에서 유사성과 이질성의 투쟁 가운데 존재하는지를 성찰할 수 있다.

이번 전시의 출품작들은 30년간 베를린에 머물러온 이옥련이 지난 10년간 자신의 주변에서 건져낸 이미지들이다. 가지런하게 놓인 나무상자들과 도토리나무 프레임 속에 들어있는 풍경 사진들이 최종의 결과물들이라면, 그 아래 벽면에는 작가의 체험 경로가 라인드로잉 지도로 표현되어 있다. 여러 차례의 중복 노출을 통해서 만들어낸 자연과 사람의 이미지들은 작가가 얼마나 지속적으로 삶의 주변에서 작업을 끌어내는지를 알아볼 수 있도록 해준다. 바닥에 깔린 도토리나무 문양의 패널들 역시 하나의 주제로 이야기를 건네려는 집요함을 읽어내게 한다. 관객들은 그 커다란 잎 위에 앉아 사진을 둘러보고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그의 전시는 시각예술작품의 감상을 예술가가 생산해낸 결과물에 대해 감성적 동의를 구해내는 목적으로만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차분하게 작가와 동행하면서 느긋한 체험의 언어들을 재구성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점에서 시사점을 던져주었다. 작가는 세계를 새로운 시각으로 발견하는 존재라는 데 다들 동의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 새로움의 발견이라는 것이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인지를 묻지 않을 수 없겠는데, 이옥련의 경우 자명하게 그 해답을 얻을 수 있는 명쾌한 데가 있다. 그의 발견은 자신이 몸으로 획득한 진실한 기표들이라는 점, 그 기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매우 담백하다는 점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김준기 (미술비평)

* 월간미술 기고문

2007/06/25 22:23 2007/06/25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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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피디 2008/10/13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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