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지역성, 지역주의

critic & column | 2010/07/28 14:29


지역, 지역성, 지역주의

일상과 정치, 예술 등 우리 삶의 여러 영역에서 지역이라는 말을 많이 쓴다. 사회과학에서 쓰는 지역(地域, region)의 정의는 유사성이나 동질성을 가지고 있는 공간을 포괄한다. 지역의 범주는 클 것일 수도, 작은 것일 수도 있다. 그것은 크면 클수록 명확한 구분이 적어진다. 가령 중부나 남부와 같은 지역 개념은 호남이나 영남 같은 지역 개념에 비해 그 개연성이 적다. 지역은 자연환경에 의해 구분되거나, 국가 단위의 행정구역 편재에 따라 달라진다. 그것은 근본적으로는 역사 속에 축적된 문화적 차이에 근거한다. 자연과 문명, 이 두 가지 요소가 지역을 구분하는 중요한 축선이다.

최근에는 이 두 가지 요소에 따른 지역 개념이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 지역과 지역 사이의 차이를 확인하기보다는 동질성을 넓혀가고 있기 때문이다. 교통과 통신의 비약적인 발전에 따라 시공간의 제약을 초월하는 첨단의 문명 덕분이다. 한국에서도 지역간 경계는 점점 옅어지고 있지만, 아직도 지역 개념은 완고하기만 하다. 문제는 그것이 건강한 공동체 기반의 지역 개념이 아니라 일종의 변방의식으로부터 나오는 경우가 많다는 데 있다. 서울이라는 지역은 지방이 아닌 중앙이고, 서울 이외의 지역은 주변으로서의 지방이라는 생각이 뿌리깊게 박혀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했다. 지나치면 모자란 것만도 못한 법. 지역 개념을 오남용하는 사례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시민이라고 부르면 될 일은 지역민이라고 부르는 경우를 비롯해서 정치에서의 개념없는 지역주의를 비롯해 불필요하게 지역을 갖다 붙이는 경향이 있다. 그것은 건강한 의미의 지역 개념이라기보다는 서울이 아닌 지방으로서의 지역 개념을 근저에 깔고 있는 변방의식의 산물이다. 지역간의 경계가 줄어들고 동질성의 범위가 점점 커지는 마당에 아직도 스스로를 위축시키는 지역 개념을 쓸 일은 아닌 것 같다.

다만 지역의 특성을 규명한다는 차원에서의 지역성 논의는 예술 영역에서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전지구화의 여파로 전지구적인 보편성이 국가의 경계를 넘어 개인에게까지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 시대에 글로벌리즘의 상대개념으로서의 지역주의(localism)는 예술적 실천의 범위와 방법을 규명하는 데도 매우 강력한 이념으로 자리잡고 있다. 예술을 전지구적인 보편언어가 아니라 지역성을 발화하는 특수성의 국면으로 이해하는 태도이다. 자치와 분권의 시대정신에 맞게 예술영역의 지역성을 다시 생각할 시점이다.

김준기(대전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

* 대전일보, 한밭춘추 기고문

2010/07/28 14:29 2010/07/28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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