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모 발제문 <시각예술의 가치와 미래>에 대한 질의

critic & column | 2007/02/21 16:19


 

정준모 발제문 <시각예술의 가치와 미래>에 대한 질의


발제자는 오늘날 예술이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에 포섭된 자본과 권력의 작동으로 인해 시각문화의 황폐화가 매우 극심한 지경에 이르렀다고 지적하고 시각환경권을 지키기 위해서 논의를 펼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어서 발제자는 시각예술은 이전의 파인아트 개념을 넘어서서 아트라는 개념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것을 전제로 여러 가지의 가치와 의미를 밝히고 있습니다. 토론자 나름의 이해방식으로 요약해보자면, 시각예술은 ▶시각적 소통에 의해 보편성을 획득하는 언어로서의 가치와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동시대의 정신적 가치를 포착하는 동시에 그 속에서 또 다른 동인으로 작동하는 지식생산의 영역이고, ▶인간의 사유와 감성을 표현하는 매개로서의 지위와 역할을 가지고 있으며, ▶모더니즘의 미학적 성취와 포스트모더니즘의 대사회적 자기정당화 과정이 공존하는 영역이면서, ▶예술언어의 소통이자 동시에 보편적인 의사소통의 매개로 작동하기도 합니다.

이어서 한국사회에서 시각예술이 어떻게 존재해왔으며 어떤 이유로 몰락의 길을 걷고 있는지에 대해서 밝히고 있는 바, ▶기초적인 인프라인 미술관 제도가 아직 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점, ▶관료사회의 문화예술정책이 전문지식과 장기적 전망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 ▶시각예술교육을 통해서 건강한 생산과 매개와 향유의 체계를 만들지 못했다는 점, ▶기업을 이윤창출을 위해서 마케팅의 도구로 이용당하고 있다는 점, ▶시장에서 거래되는 작품이나, 흥행에 성공하는 전시만이 생존하는 시장경제 논리에 포섭되고 있다는 점, ▶예술생산자들이 시각예술 외부의 환경변화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폐적인 예술언어를 답습하고 있다는 점 등을 그 이유로 꼽고 있습니다.

끝으로 정치적 민주화 이후 문화적 민주화가 과제로 남아있는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시민사회가 예술언어를 가지고 창조와 소통의 체험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 당면한 과제로 남아있으며, 문화적 입장을 가지고 국가공동체의 비전을 만들어나갈 준비를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올해 대선정국에서 시민단체와 문화예술단체들이 공동으로 문화적인 비전과 어젠다와 정책방안을 도출해내기 위해서 노력하자는 제안을 하고 있습니다. 이상의 발제는 시각예술에 대한 역사적인 접근과 미학과 예술학의 관점을 넘나들면서 당면한 정책과제에 이르기까지 매우 구체적인 논의의 장을 마련해 주고 있습니다. 발제자의 논점에 대체로 동감하고 있으므로 별도의 반론을 가질 여지는 없습니다만, 몇 가지 보충해서 말씀 듣기 위해서 다음 사항을 질의합니다.


1. 시각예술은 예술작품이나 예술활동을 매개로 해서 예술적 소통을 이루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그것은 사회적 역장 내에서 분명한 사용가치를 가지고 있으며, 그 사용가치는 유사 이래 지금까지 유용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시각예술(작품)은 전지구적 시장경제 체제 아래서 교환가치에 경도되어 있거나 유동적인 자본의 자기증식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 몸담고 살고 있는 구성원 가운데 한 사람으로써 예술적 가치를 화폐와 교환할 수밖에 없다는 숙명을 전적으로 거부할 생각은 없습니다만, 예술의 본말을 전도하게 만드는 화폐놀음 앞에서 어떠한 대안이 가능할지 때로는 막막해지기도 합니다. 오늘날 시각예술이 어떠한 메커니즘 속에서 화폐에 의해 매개되고 생산되는지에 대해 자세하게 듣고 싶습니다.


2. 앞의 질문과도 이어지는 대목입니다만, 저는 예술활동을 예술작품이라는 물질형식에 고정시켜 둔 채, 예술노동의 가치를 사회적으로 교환하는 유일한 방법으로 예술작품과 화폐를 교환하는 방법을 채택하는 방식의 교환체계 이외에 또 다른 대안이 없을까 하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질형식에 포박되지 않는 자유롭고 창의적인 예술생산과 교환을 가능하게 해야만, 예술노동을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가치로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점에 대해 가능한 한 풍부한 가능성을 전제로 말씀 부탁드립니다.


3. 발제자는 오랫동안 비평과 기획과 행정에 종사하면서 한국미술계의 안팎에 대해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계십니다. 발제문 초두에 밝히신 바와 같이 오늘날 한국의 시각예술은 시장에 의해 견인되는 경향이 매우 큽니다. 그러나 우리의 시장은 아직 합리적인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상황입니다. 시장의 합리성은 시각예술의 생산과 매개와 향유를 한 단계 높은 수준의 문화민주주의로 이끌어 나가는 데 있어서 필수적인 전제 조건입니다. 예술활동과 작품의 사회적 교환이 성숙한 단계로 변화 발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창작과 이론은 물론 정책과 언론 등의 제 영역에서 공론을 모아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한 고언을 부탁드립니다.


김준기 (미술평론가, 경희대 겸임교수)


* 기초예술연대의 토론회 질의문 원고

2007/02/21 16:19 2007/02/21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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