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식의 진화와 회화 : 홍원석

critic & column | 2010/07/26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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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식의 진화와 회화 : 홍원석


야간운전이라는 작가 특유의 체험을 바탕으로 해트라이트 불빛의 매력에 천착했던 홍원석이 불빛의 비중을 줄이고 그 대신에 현실 속의 사건과 정황들을 담아냈다. 홍원석의 그림들에는 불안한 주거의 현실 문제가 많이 나타난다. 재개발, 철거, 폭력 등이 난무하는 현대도시의 실상은 근본적으로는 인간의 삶, 특히 주거의 문제와 직결한다. 그가 스스로 원했기 때문이겠지만, 홍원석 그 자신도 대전을 떠나 지난 몇 년간 비정주, 임시거주 방식으로 떠돌고 있는 존재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렇듯 인간의 거주지를 둘러싼 문제들을 다루는 화가의 마음이 어떤 것일지를 헤아릴 수 있을 것이다.

기념비적인 대작 <용산 미스터리>는 커다란 색면으로 분할한 화면의 한 구석에 용산의 남일당 건물과 그 앞에서 낙하하는 인물을 담아 도시의 비정한 위기상황을 포착했다. 남일당 건물 안에는 전투 경찰과 책읽는 아이들, 섹스하는 남녀 등 여러 가지 장면들이 얽혀있다. 부드러운 표면 대신에 빠른 속도의 거친 붓질이 돋보인다. 매끈한 완결미 대신에 부분적인 생략과 과장된 표현을 가미한 회화적 표현, 거기에다 강렬하고 대범한 원색의 색면으로 불온하고 불안한 동시대의 현실을 비판적 시각으로 담은 그림이다.

한 가지 더 있다. 왜 용산인가 하는 문제이다. 용산은 2009년 한 해 동안 한국사회의 극단적인 모순을 가장 첨예하게 드러낸 문제의 진원지이다. 현대사회의 배리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용산참사 사건을 지켜보면서 우리는 한국사회에 속해있는 사람들의 삶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었다. 홍원석은 그 실상을 기념비적인 회화로 남겼다. 회화는 순발력이 떨어지는 대신에 그 화면 속에 담긴 꽉찬 짜임새와 밀도있는 표현 등이 장점이 있기 때문에 시간이 흐를수록 빛을 발하는 장점이 있다. 이 그림은 지금 당장 보다는 10년 후, 20년 후 더욱 가치있는 작품으로 평가받을 것이다. 2010년을 살아나가고 있는 우리시대의 불안, 우리시대의 공포가 압축적이면서도 풍부한 서사구조 속에 담겨있기 때문이다.

탐조등 불빛을 변용한 그림들도 다수 있다. 군용 앰뷸런스 차량의 해트라이트가 맥도널드의 'M'으로 바뀌기도 한다. <샷~>은 황재형의 1980년대 명작 <앰뷸런스>에 대한 오마주이다. 그는 황재형의 그림에 담겨있는 위기상황 표현의 특징적인 부분을 따다 썼다. 나무와 길, 불빛 등 황재형을 옮겨 쓴 그림 위로 전투기의 발사 장면을 담았다. 불안과 공포의 현재성을 담은 그림이다. 나이 서른의 젊은 화가로서 가까운 과거에 관한 경의와 재해석을 시도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미디어의 진보가 아니라 인식의 진화이다. 바야흐로 홍원석의 그림이 단일한 아이템으로부터 다양한 서사와 표현으로 진화하고 있다.

김준기(미술평론가)

* 2010년 8월호 월간미술 기고문

2010/07/26 16:50 2010/07/26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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