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기자의 필화사건 : 한미협에 대한 기대와 걱정

artpd clip | 2005/01/28 19:36


윤기자의 필화사건 : 한미협에 대한 기대와 걱정


얼굴 측면 선이 너무 너무 매끈한 윤동희 기자. 전 월간미술 기자이며 현 아트인컬쳐 편집위원인 그가 쓴 글 하나가 오후에 몇몇 미술동네 사람들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한국사립미술관협회에 관해 그가 쓴 글 때문이었다. 내가 보기에 윤기자의 글은 그다지 문제될 것이 아니었다. 제목 그대로 기대와 걱정을 동시에 안고 출발하는 단체라는 얘기.

그러나 한미협 관계자들의 생각은 달랐다. 기사 내용이 기본적으로 한미협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깔고 있다고 본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 기사 가운데 유일하게 인용처리된 부분이 김준기 사비나미술관 학예실장의 코멘트였다.

"그렇다면 혹시 기사의 전반적인 기조가 김실장의 정보제공에 의해 이루어진 것 아니냐"는 노골적인 질문을 받았다. 황당한 입장에 처한 김준기는 우습게도 결백을 주장할 수밖에 없었다. 왜 그래야 하는지는 뻔한 일. 사립미술관에서 일하는 사람이 사립미술관협회에 관한 비판적인 기사에 유일하게 실명이 거론되었으니 입장이 난처할 수밖에. 나로서는 기업미술관 큐레이터들이 한미협에 대해 잘 모르고 있더라는 윤기자의 말에 대해 앞으로는 그들이 열심히 움직여야 협회가 잘 굴러갈 거라는 말을 했을 뿐이다. 윤기자가 인용한 대목도 정확하게 그 얘기를 옮겼을 뿐이다.

"따라서 “미술관의 실질적인 전시 업무를 책임지는 큐레이터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절실”(김준기 사비나미술관 학예연구실장)한 상태다."

윤기자와 통화도 하고, 나중에 만나서 저녁 먹으며 얘기 해본 결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을, 신기남의원 홈페이지에서 퍼옮겼고, 다시 데일리 스프라이즈에 옮겨진 것이라고 한다. 결국 일은 윤기자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데일리 서프라이즈에 실린 글이므로 삭제하라고 말했다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오늘 일로 인해 남은 게 있다면, 한미협에 대한 비판적인 기사에 실명이 거론된 김준기. 내가 신경쓸 일은 아니지만, 몇몇 한미협 관계자들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새로 출발하는 단체에 대한 우리 사회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할 것이다. 나로서는 윤기자한테 뭐라고 볼맨소리를 한 사안도 아니고... '적극적인 참여가 절실'하다는 내 얘기가 안 한 말도 아니고 틀린말도 아닌데, 왜 이렇게 심사가 불편한지. 이런 게 삶이겠거니 하고 넘어갈 일인가.

열분덜 함 읽어보시라... 오늘 몇몇 미술관들을 뜨겁게 달구었던 윤기자의 필화사건. 그 전문을 게재한다. 윤기자는 몇 대목을 바꿀 것이다. 기사 전체의 흐름과 김준기 코멘트가 오해의 소지가 있으므로 내 말은 빼달라고 부탁했고, 한두 군데 가벼운 오류를 수정하기로 한 것. 윤기자의 블로그에는 수정된 글이 오를 것이다. 여기 올리는 글은 바로 오늘 문제의 그 글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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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습 드러낸 한국사립미술관협회, 기대만큼 걱정도 많아
- 삼성미술관의 참여도 관심사, 정부의 지원에만 의존해서는 안 될 터


지난 1월 7일 서울 사간동 금호미술관에서 열린 한국사립미술관협회 창립총회 광경.

지난 1월 7일 서울 사간동 금호미술관에서 ‘한국사립미술관협회(상임대표 노준의 토탈미술관장)’가 창립총회를 가졌다. 이날 18개 미술관에서 22명의 관장 및 큐레이터가 참석한 가운데 그 모습을 선보인 한국사립미술관협회는 미술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우선 국내 24개 사립미술관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점이 눈에 띈다. 토탈미술관, 사비나미술관 등 개인미술관들을 중심으로 2003년에 결성된 ‘자립형미술관네트워크(자미넷)’이 법인 단체 또는 기업이 설립한 미술관까지 받아들임으로써 몸집을 불린 셈이다. 그 동안 사립미술관이 개별적으로 운영하던 문화 사업이 ‘네트워크’라는 시대적 흐름에 맞춰 이루어짐으로써 이른바 ‘시너지 효과’가 예상된다.

사립미술관협회는 각 미술관의 학예연구직과 작품 교류를 강화하고, 미술대학 졸업생을 중심으로 인턴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현대미술의 주요한 흐름을 점검하는 연구발표회 및 학술지 등을 발간하겠다는 내용의 사업 구상을 밝혔다. 그 동안 당연시되었으나, 미술관이 하지 못했던 사업들이다. 구상대로만 된다면 “건전한 미술관 활동을 통해 미술문화 발전에 기여하며, 사회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한다”는 협회의 창립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립미술관협회가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일단 국내의 대표적인 사립미술관인 삼성미술관의 참여를 이끌어내야 하는 점이 걸림돌이다. 현재 협회 가입을 검토중인 동아일보사에서 운영하는 일민미술관의 참여 역시 협회의 위상을 가늠할 지표로 꼽힌다. 그러나 현재로선 삼성미술관이 사립미술관협회에 참여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삼성미술관은 작년 가을, 서울 한남동에 ‘리움’이라는 새 이름으로 자리를 옮긴 상태. 문제는 당분간 삼성미술관이 과거 서소문동 시대와 같이 대중을 상대로 한 전시를 개최하기보다 당분간 소장품을 위주로 한 상설전 중심으로 운영될 것이라는 데 있다. 사실상 다른 사립미술관과는 다른 길을 걷는 셈이다.

사립미술관협회 상임대표를 맡은 노준의 토탈미술관장

협회 이사진의 구성 역시 미술관을 운영하는 관장들의 이름값을 의식한 흔적이 역력하다. 이사진에는 박강자(금호미술관장), 박문순(성곡미술관장), 노소영(아트센터나비 관장), 박미정(환기미술관장), 박현주(영은미술관장) 등 8명이 선임되었다. 그러나 그 동안 미술관 사이의 실질적인 교류보다 개별 미술관 운영에만 관심을 보였던 이들이 협회를 중심으로 적극적인 활동을 펼칠지는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미술관의 실질적인 전시 업무를 책임지는 큐레이터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절실”(김준기 사비나미술관 학예연구실장)한 상태다. 여기에 광주의 우제길미술관 등 서울이 아닌 지방에 흩어져 있는 사립미술관들 역시 자신들만의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원래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는 법이다.

무엇보다 사립미술관협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은 협회의 향후 일정에 따른 재정 중 상당 부분을 정부에 기대고 있다는 데 있다. 실제로 협회는 작년 11월 문화관광부가 국립현대미술관 사무국 산하에 미술관정책과를 조직해 공·사립미술관에 대한 지원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발표한 것에 상당한 기대를 갖고 있는 눈치다. 그러나 기업이 후원하는 사립미술관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협회가 정부의 지원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모양새는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대부분의 사립미술관이 97년 외환위기 이후 긴축 경영에 들어감으로써 국내 미술계를 위축시킨 장본인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은 현실이다. 실제로 사립미술관협회에 가입한 대림미술관의 경우 모기업(대립그룹)의 위상과 달리 작년에 수석 큐레이터를 내보내고, 작가들로부터 대관료를 받는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사립미술관협회는 창립 선언문에서 올바른 미술관 문화의 정착과 미술관이 대중들이 즐겨 찾는 문화예술공간으로 자리잡는 데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옳은 말이다. 그러나 비전은 추상적인 법이다. 비전이 구체화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희망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여기에는 당연히 씨앗(돈)이 필요하다. 정부의 정책적·재정적 지원은 당연히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이제 첫 삽을 뜬 사립미술관협회가 정부의 주머니를 전적으로 신뢰해서는 안 될 것이다. 미술계의 바람처럼 정부가 문화에 관심을 가졌다면 사립미술관협회는 굳이 필요치 않았을 것이다. 문의 (02)736-4371

| 윤 기자
2005/01/28 19:36 2005/01/28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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