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행동으로서의 지역연구 : 지역연구와 미술 리뷰
critic & column | 2007/02/25 11:44

예술행동으로서의 지역연구
지역연구와 미술, 2007.2.2-2.17, 대안공간 풀
예술의 이름으로 지역을 연구한다는 것이 도대체 미술과 무슨 상관이란 말인지, 연구와 창의가 접목 가능한 것인지에 관해 이슈를 제기하는 이 전시는 제목부터 도발적이다. 우리는 시각예술을 미적인 체험의 표현과 그 표현물의 감상을 통해서 예술가 주체와 그 결과물에 대한 감성적 교감을 이루는 것을 예술적 소통이라고 믿고 있다. 그러나 이 전시는 지역의 역사와 자연과 생태와 당면한 문제들과 미래전망들에 대해 구체적인 데이터를 수집하고 기록하고 분석하고 그것을 전시장이라는 공간에 제시하고 있다. 미술을 표현과 체험의 순환구조에 가두지 않고 연구와 실천의 장으로 인도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전시는 현장미술, 공동체미술, 새로운 공공미술, 미시적인 담론실천으로서의 행동주의 예술 등으로서의 폭넓은 가능성과 함의를 가지고 있다. 이 전시가 ‘2007년에 다시 동두천을 주목하는 이유’는 근대와 탈근대, 분단과 탈분단의 이중 구조로 직조된 한국사회의 단면을 지역연구라는 계기를 통해 들어다 보는 데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냉전구도가 엄존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전지구적 자본주의 시장질서 재편의 권력구조 아래 놓인 한국의 현실에 대해 매우 미시적이며 실천적인 수준의 예술실천을 이끌어 낸다. 거대하고 추상적이며 전면적인 차원의 비판적 현실주의 미학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주한미군의 재배치에 따라서 새로운 질서로 재편될 예정인 동두천이라는 군사도시의 면면을 연구하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다. 지역적 이슈의 특수성이 전지구적 보편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동두천에 주목한 미술가들의 관심은 동두천에 대한 기록에서 멈추지 않고 미군재배치 계획에 따른 동두천 개발계획에 대해 참여와 개입을 모색하는 예술행동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예술이 공공영역과 접목할 수 있는 범위는 거대도시 광장에서 만나는 과시적 공공성이 아니라 지역 소도시의 생생한 삶의 현장에서 벌어지는 그곳의 역사와 생태를 포섭하는 의제를 발굴하고 시민사회와 연대할 수 있는 몫을 찾는 것이다. 이 전시는 예술행동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첫걸음이다. 마지막으로 기획자의 역할을 맡아 예술실천가 몫을 감당한 고승욱이 장문의 전시서문을 마무리하는 대목을 짧게 인용한다. “상패동 공동묘지를 통해 60-70년대의 동두천을 기억하고, 이름 없는 자들의 이름인 기지촌을 기억하고자 하는 것은, 기지촌이 우리가 벗어나야할 오명이 아니라, 내가 나의 오명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필요한 시간이고, 장소이고, 이름이기 때문이다.”
김준기(미술평론가)

* 아트인컬쳐 2007년 3월호 기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