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현장미술이 있다 : 2009년 미술 뉴스

critic & column | 2009/12/17 14:14


여기 현장미술이 있다 : 2009년 미술 뉴스

미술은 우리사회의 거대한 흐름들과는 별개로 따로 노는 경향이 있다. 하여 전국민의 관심사와 동행하거나 거기에 참여하는 미술을 사소하게 넘겨 버리곤 함으로써 예술과 사회의 경계를 공고히 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올 한 해의 주요뉴스들도 결국은 거대한 문화권력과 시장에 대한 관심으로 가득 차 있다. 정작 시민의 아픔과 상처, 그들의 삶의 현장에 뛰어드는 미술은 문화권력이나 화폐가치로 치환하는 미술시장과 별무관계다. 주류와 제도의 이름으로 현장미술을 철저히 외면하는 지금의 이 예술체제로는 감동을 주는 예술, 삶과 동행하는 예술을 기대하기 어렵다. 아무리 국가 기금을 들여서 공공미술 사업을 펼치고 공공미술관을 지어 문화권력을 공고히 한다고 해도 전위정신에 입각한 액티비스트들의 현장미술이 부재하다면 저항형식으로서의 예술은 무망한 구호에 그친다. 다행히도 우리는 도처에서 뛰어난 행동주의 예술가들을 만날 수 있다. 그 가운데 세 가지 현장미술 사례를 짧게 소개한다.

용산참사는 2009년 한국사회의 가장 큰 비극 가운데 하나이다. 그곳 아픈 상처의 현장에 많은 예술가들이 함께 하고 있다. 사건 발생 후 서울민미협(회장 전미영)은 망루전을 꾸렸다. 3월의 서울 평화박물관 전시를 시작으로 부산과 전주, 대구, 울산 등에서 전국 순회전을 열었다. 이후 지금까지도 용산참사 현장에서 돌아가신 이상림 열사가 운영하던 레아호프를 미술관으로 운영하면서 많은 예술가들이 현장을 지키고 있다. 전미영, 이윤엽, 전진경 등의 미술가를 비롯해서 시인, 송경동, 가수 조약골 등 많은 예술인들이 함께 하고 있다. 이 가운데 올해의 걸작이 나왔다. 목판화 작품으로 많은 시민들에게 울림을 던진 이윤엽의 <여기 사람이 있다>가 있다. ‘그날 거기에’ 있었던 사진가 노순택의 <그날의 남일당>은 불탄 망루 현장을 강렬한 흑백대비로 표현해 감동을 주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에 온 국민이 울었다. 예술가들도 그 현장에 함께 했다. 서거 소식 후 봉하마을에 대형 초상화를 그려서 들고 찾아간 이는 부산에서 활동하는 화가 임영선이었다. 그는 49제 때도 노 전대통령이 웃으며 손을 흔드는 거대한 걸개를 그려 봉하마을에 내걸었다. 서울의 영결식 때 덕수궁 대한문에 붙어있던 걸개그림은 만화 작업을 하는 박건웅의 작품이다. 그는 동료들과 함께 덕수궁 옆에서 걸개를 그렸다. 밀짚모자를 들고 웃는 노 전 대통령을 그린 <강물처럼>은 현장을 찾은 사람들과 방송을 지켜본 사람들의 가슴에 오래오래 남을 것이다. 그는 49제 때도 부천과 일산에서 쓰인 걸개를 그리기도 했다. 한 시대에 대한 체험적 고백은 작업실에서 전시장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화가 박영균은 광화문에서 영구차가 지나간 뒤 그 차를 바라보는 풍경을 그린 <잘가오>를 자신의 개인전에 출품하기도 했다.

광주의 대인시장프로젝트는 새로운 예술체제의 가능성에 힘을 실어준 올해의 희망이다. 2008년 광주비엔날레의 특별전시 가운데 하나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올해 들어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한층 활성화 되었다. 예술가들의 장기 또는 단기 거주를 통해서 시장 자체를 삶의 공간이자 예술의 공간으로 바꿔나가고 있다. 지난 10여년간 광주에서 현장기획자로 활동해온 박성현 디렉터는 시장 구역에 매개공간미나리를 열고 대안적인 미술생산 체제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와 같은 거점공간 중심의 현장미술 활동은 인천의 스페이스빔, 안양의 스톤앤워터, 안산의 리트머스, 부산의 오픈스페이스배 등에서도 매우 활발하다. 바야흐로 도시공간과 시민의 삶의 현장에 참여하고 개입하는 새로운 예술체제가 본격화 하고 있다.

김준기(미술평론가, www.gimjungi.net)

* 한겨레21, <사소해서 더 가치있는 문화계 뉴스 결산> 기고문

2009/12/17 14:14 2009/12/17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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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피디 2009/12/26 15:34

    워낙에 짧은 글을 청탁받았지만 줄여쓸 것을 전제로 긴 글을 보냈었다. 아래와 같이 줄여서 기사화했다.

    ***********

    미술이여, 통섭하라

    김준기 미술평론가

    1. 용산 참사를 함께한 미술인들 아픈 상처가 있는 용산 참사 현장에 많은 예술가들이 함께하고 있다. 사건 발생 뒤 서울민족미술인협회는 <망루전>을 꾸렸다. 용산 참사 현장에서 돌아가신 이상림 열사가 운영하던 레아호프는 미술관으로 바뀌었다! 이곳에서 올해의 걸작도 나왔다. 이윤엽의 목판화 작품인 <여기 사람이 있다>, 사진가 노순택의 <그날의 남일당>이다.

    2.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현장의 예술인들 부산에서 활동하는 화가 임영선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듣고 그의 초상화를 그려 봉하마을로 내려갔다. 그는 49재 때도 거대한 걸개를 봉하마을에 내걸었다. 서울에서 열린 영결식 때 덕수궁 대한문에 붙어 있던 걸개그림은 만화 작업을 하는 박건웅의 작품이다. <강물처럼>은 현장을 찾은 사람들과 방송을 지켜본 사람들의 가슴에 남았다. 한 시대에 대한 체험적 고백은 작업실에서 전시장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3. 광주의 대인시장예술 프로젝트 2008년 광주비엔날레의 특별전시 가운데 하나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올해 들어 한층 활성화됐다. 예술가들의 장기 또는 단기 거주를 통해서 시장을 삶의 공간이자 예술의 공간으로 바꿔나가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광주에서 현장기획자로 활동해온 박성현 디렉터는 시장 구역에 ‘매개공간미나리’를 열고 대안적인 미술생산 체제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와 같은 거점 공간 중심의 현장미술 활동은 인천의 ‘스페이스빔’, 안양의 ‘스톤앤워터’ 등에서도 활발하다. 바야흐로 도시공간과 시민의 삶의 현장에 참여하고 개입하는 새로운 예술체제가 본격화하고 있다.

    한겨레21 기사 본문 보기
    => http://h21.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2637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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