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고 서글픈 현대인의 도시 이야기

artpd clip | 2009/09/17 17:16


부산시립미술관 '인터시티'展
아름답고 서글픈 현대인의 도시 이야기

동아시아 작가 33명 참여…도시인 삶, 여러 시선으로 풀이
사진 영상 회화 설치 망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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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참사를 다룬 노순택의 사진 '그날의 남일당'.

국경을 넘어 도시 대 도시로 이야기한다. 부산시립미술관의 '인터시티'는 33명의 동아시아 작가들이 참여, 현대도시에 대해 사진과 영상, 회화와 설치로 대화한다. 작가가 목도한 도시의 변화, 그 속을 살고 있는 도시인의 삶은 비루하게 또는 코믹하게 드러난다.

컴컴한 전시장 입구를 들어서면 시뻘건 레이저빔이 관람객을 공격한다. 영화 '미션임파서블'에서처럼 레이저 감시망에 걸리지 않기 위해 엎드려 기어가거나 벽에 바짝 붙어서 관람해야 할 것 같다. 그러나 안심하시길. 레이저빔을 맞아도 경고등은 울리지 않으니. 리휘(중국)의 설치작 '문'은 '인터시티'라는 전시로 들어가는 화려한 '문'이다. 관문을 지나 한 방을 건너면 김성연의 설치작 '포장의 세기-힘없이 바라보다'와 맞닥뜨린다. 수많은 폐종이박스를 활용해 만든 거대한 로봇들. 강해야 할 인조인간 로봇들은 땅에 풀썩 주저앉아 있거나 맥없이 계단을 오른다. 지치고 힘든 도시인의 삶이 직감된다. 한 켠에서 상영되는 그의 영상물 '부유하는 도시'는 구글어스로 찾아간 한 도시, 그 속에서 '떠다니는' 인간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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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전통 복장을 입은 인물들을 촬영한 첸칭야오의 '아이 러브 뉴욕'.

노순택은 용산참사를 사진으로 기록했다. 참사 당일 현장에서 작업한 작가는 생존을 위한 몸부림과 이들을 진압하려는 공권력을 흑백의 실루엣으로 대비시키고 있다. 그가 평양에서 찍은 '레드 하우스' 연작이 옆에 함께 걸려 서울과 평양의 현재는 교차된다. 탈북 작가 선무는 십자가 탑이 우뚝 솟은 '서울밤 하늘'과 주체사상탑이 있는 '평양밤 하늘'이라는 두 유화를 통해 두 도시를 비교한다. 박경주의 사진은 국내 이주여성들의 일상을 기록, 이민자로서 또한 여성으로서의 이중억압을 이야기한다. 첸궝(중국)은 천안문 사태때 진압군이었던 자신의 경험을 회화로 풀어내고, 김인숙(일본)은 재일교포 가족의 일상을 여러 장의 사진으로 표현한다.

심각한 도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전시는 도시의 문제를 해학적으로 풀어낸 작품으로 '완급조절'을 한다. 첸칭야오(대만)의 '아이 러브 뉴욕' 연작은 뉴욕에서 벌인 다양한 국적의 코스프레 퍼포먼스를 사진으로 담아냈다. 한국 식당에서는 한복을 입고, 일본 식당에서는 기모노를 입으며, 마천루가 보이는 노지에서는 인디언들이 점심을 먹고 있다. 작가는 모든 사진 속에는 직접 출연해 "다민족, 혼합의 도시 뉴욕"을 부르짖는다. 우다쿠엔(대만)은 그의 세 번째 도시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 뉴욕 타이페이에 이어 도쿄에서 퍼포먼스를 벌이는 사람들을 영상과 사진으로 담아낸 것으로, 길거리서 춤을 추고 연주를 하는 이들에게서 다이내믹한 도시가 드러난다. 나인주의 입체작 '같은 세상 속 다른 세상'은 도시인의 삶을 풀어낸 우화다. 동물 형상의 인간들 삶을 담은 여러 작품을 정면은 물론 측면에서도 바라봐야 한다. 그 속에 숨겨진 갖가지 재미있는 장면들이 쏟아져 나온다.

전시에는 미술가가 아닌 김수우(시인) 김희진(영화감독) 이상벽(방송인) 박지윤(가수) 등도 도시를 기록한 사진을 통해 특별 게스트로 참여한다.

방대한 작품 출품량으로 자칫 난잡해질 수도 있으나 도시라는 주제로 밀도있게 모여, 전시는 웬만한 '비엔날레'를 보는 듯하다. 부산시립미술관 김준기 학예연구사는 "국적이 아닌 도시라는 거대한 구조, 그 속에서 살아가는 주체이나 소외된 개인의 모습을 풀어낸 작품을 모았다"며 "이번 전시는 아시아 현대미술 작가들을 모이게 하는 '동아시아 도시 네트워크 프로젝트'의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이선정 기자 sjlee@kookje.co.kr

2009/09/17 17:16 2009/09/17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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