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의 노래여 바람을 타고 : 제주해전 리뷰, 아티클 2013년 8월호 기고

critic & column | 2013/08/05 19:12


섬의 노래여 바람을 타고

강정마을의 구럼비 바위를 파괴하고 그 자리에 부두시설을 건설하겠다는 정치와 군사, 그리고 기업이 결합한 해군기지 프로젝트는 21세기의 동북아 군사전략에 필요한 거점기지라는 점에서 한미일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일이다. 그러나 이런 판단은 변화하는 국제정세를 제대로 읽지 못 한 시대착오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러나 일단 시작된 건설프로젝트는 멈출 줄을 몰랐다. 그렇게 밀어붙인 지난 몇 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그곳에 다녀갔다. 그들 가운데 예술가들도 많이 있었다. 2007년부터 지금까지 해군기지 건설에 맞선 평화를 지키지 위한 범시민 차원의 현장활동에 수많은 예술가들이 함께 하고 있다. 서울 한복판에서 그들의 활동을 정리한 아카이브전시가 열렸다.

강정마을의 예술행동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아카이브전시 <제주해전>에는 거의 모든 시각언어가 다 모였다. 현장을 다녀간 수백명 예술가들의 흔적들이다. 예술가들은 현장에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짓고, 노래를 불렀다. 이들은 강정마을의 공동체가 얼마나 피폐해져가고 있는지, 구럼비바위가 어떻게 파괴되고 있는지를 지켜보고 야만의 현장을 비판하고 그 폭거에 저항했다. 이들은 마을 곳곳에 입체작품을 설치하고 벽에 그림을 그렸다. 펜스에 낙서를 하거나 프래카드를 걸고 사진을 찍었다. 전시장에는 현장의 예술활동을 정리한 파일들과 더불어 영상과 사진 등의 활동자료들이 죄다 모였다. 또한 그림과 탁본, 사진 등의 작품들도 함께 했다.

최병수는 그 누구보다도 먼저 현장으로 달려가 나무솟대를 세웠다. 홍성담의 평화 현수막과 최평곤의 대나무인간, 홍보람의 커뮤니티아트, 이윤엽의 현장판화와 파견미술팀의 활동적인 협업작업 등 많은 작품들이 마을 속에 들어갔다. 홍원석은 제주도에 머물며 운전퍼포먼스를 했고, 노순택은 따듯하면서도 날카로운 카메라로 현장을 담았다. 초인적인 단식활동을 해온 영화인 양윤모와 아나키스트 음악가 조약골도 눈에 띈다. 무엇보다도 고길천이라는 빼어난 액티비스트가 있어 현장활동의 폭이 넓어졌다. 윤돈휘를 비롯한 여러 제주도 작가들도 현장을 지키고 있다. 아카이브전시를 함께 만든 김상돈과 권용주, 남상수, 윤결, 윤두현 등 5인의 노력도 빛났다.

21세기 들어서 예술가들의 현장 활동은 사뭇 다른 양상을 보였다. 1980년대 민중미술의 흐름 가운데 전시장보다는 현장을 선택했던 현장미술 진영은 종종 정치의 선도와 예술의 복무 구도를 받아들이곤 했다. 물론 그 이후의 세대들에게도 ‘필요에 따라 무언가를 위해 도구로 쓰이는 예술’이란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지난 2004년의 경기도 평택 대추리의 현장예술 활동을 기점으로 예술가들은 스스로 예술적 실천의 장소와 시기, 규모와 방법 등을 결정하여 참여와 개입을 추진하기 시작했고, 우연한 일이겠지만, 강정의 현장예술은 대추리마을이 완전히 철거되던 2007년 그해부터 시작됐다.

태평양전쟁으로 인한 학살의 아픔을 담은 오키나와 풍의 노래 ‘시마우타’(섬의 노래, 島唄)의 마지막 구절에 이런 구절이 있다. “섬의 노래여 바람을 타고 전해주오 나의 노래를.“ 불행하게도 오키나와의 비극은 제주도로 전해왔다. 그것은 6.25전쟁 전후에 벌어진 제주4.3항쟁의 학살에서 그치는 얘기가 아니다. 타이완, 오키나와 그리고 제주도로 이어지는 20세기 제국주의의 폭력은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진행형의 비극이다. 바로 이 야만적 폭력의 현장에 함께한 강정마을의 예술행동은 살아있는 아름다움이다. 그것은 생명의 평화를 노래하는 우리시대의 공론장이자 미래의 눈과 귀로 되살아날 기억투쟁이다.

김준기(미술평론가)

* 제주 강정마을 현장예술 아카이브 전시 : 제주해전 리뷰 - 아티클 2013년 8월호 기고.

2013/08/05 19:12 2013/08/05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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