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안녕을 박탈한 중력제로 프로젝트 : 강영민 개인전 리뷰

critic & column | 2007/04/26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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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안녕을 박탈한 중력제로 프로젝트

강영민 : 중력제로, 2007.4.4(수)-5.3(목), 사루비아다방

강영민은 거대도시 서울의 단면을 드라마틱하게 재현해 놓고 있다. 거꾸로 매달린 아파트와 부서지는 성수대교, 그리고 거꾸로 매달린 몬스터 바비인형과 폐허 더미에서 기어나오는 킹콩. 이것이 중력제로 공간 사루비아다방에서 벌어진 사건의 전모이다. 중력은 사물의 안정적인 배치를 지속하게 하는 핵심요소이다. 물질과 물질 사이의 관계 설정을 규명하는 만유인력을 지구라는 물질에 적용한 개념이 중력이다. 지구는 만유인력과 원심력을 합친  중력에 의해서 안정적인 물질계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중력은 인공의 물질들로 가득 차 있는 도시를 떠받히는 실질적인 힘이다. 안정적인 물질구조의 배치를 통해서 공간을 연장하고 시간을 압축하는 도시의 삶은 주야간 동서남북으로 종횡무진한다. 강영민은 전시장이라는 시각언어 게임의 장을 빌어서 도시의 안녕과 번영을 약속하는 중력을 제거한다. 만유인력과 원심력을 비틀어버리는 ‘중력제로’라는 개념을 통해서 거대도시 서울을 무중력의 상태로 만든다. 이러한 설정은 중력이 제공하는 안정성을 제로 상태로 만듦으로써 혼돈의 상태에서 부유하고 있는 서울의 비가시적 실체를 들여다보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그는 아파트단지를 거꾸로 매달고 성수대교 교각과 남단 교차로가 파괴되고 있는 모습을 재현했다. 강영민은 날것으로 드러난 사루비아다방 지하계를 지상계의 도시공간을 비추는 거울로 설정하고 아파트며 교각들을 거꾸로 매달았다. 강영민의 기표계들이 거꾸로 선 도시, 혹은 파괴되는 도시로 나타나는 것은 실재계의 현실을 끌어들인 결과이다. 그는 서울의 아파트와 성수대교를 끌어들인다. 아파트는 주거지로서의 사용가치에 비해 부동산투기로서의 교환가치와 소득수준을 표상하는 상징가치로 치환되는 현대사회의 허구적 가치의 심볼이다. 상품백화점이나 성수대교의 붕괴 또한 조국의 근대화 이데올리기의 끝자락에서 만난 근대주의 신화가 허구적이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이처럼 전도된 가치체계가 결집한 거대도시 서울은 거꾸로 서서 허공에 매달린 혼돈의 세계이다. 아파트 공화국과 근대신화의 붕괴라는 두 가지 모티프로부터 출발한 강영민은 파괴된 도시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거대도시 서울에 대해 인지적 테러를 감행한 것이다. 이토록 잔인하게 일그러진 도시의 모습을 통해서 현대사회의 신화를 날것으로 드러냄으로써 강영민 작품은 사루비아다방 공간 자체의 날것 이미지와 동행한다.

연극의 무대 세트로 치환된 현대도시의 모습에 두 주인공이 등장하는데, 하나는 킹콩이고 다른 하나는 바비인형이다. 강영민은 자동차 모형에 컬러링을 하고 스티로폼 보드는 잘라서 건축물과 다리를 만들고, 소조작업으로 킹콩을 만들었다. 이 모든 작업은 스케일 있으면서도 섬세한 작업들이다. 여기에 흥미로운 요소 하나가 추가되는데, 그것이 3D 프린터로 출력한 바비인형이다. 입체의 바비인형은 비정형의 괴물같은 물질덩어리이다. 그것은 마치 앵포르멜의 형상없는 물질과 같이 의미없는 요소로만 인식되다가, 어느 한 시점에 서서 바라보았을 때 또렷한 바비인형의 제 모습을 드러낸다. 그것은 마치 조각가 이환권의 왜곡된 입체조형 작품을 보는 듯하지만, 기실 그것은 손작업으로 빚은 것이 아니라 3D 프린터로 복제해낸 물체라는 점에서 전혀 다르다. 강영민의 작업은 조형이 아닌 발견에 가깝다. 그가 만들어낸 늘어진 바비인형은 3차원으로 스캐닝한 디지털 정보을 다시 입체로 복원하는 입체복사 방식으로 제작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스캐닝 데이터를 입체의 물질형식으로 전환하도록 오더를 내렸고 그것을 전시장에 거꾸로 매단 것이다. 부서진 건물잔해 사이를 비집고 기어나오는 킹공과 파괴된 교각 사이를 표표히 거니는 몬스터 바비인형은 중력제로의 초현실적 공간을 유영하는 현대사회와 현대인의 아이콘이다.


김준기 (미술비평, www.gimjungi.net)

* 아트인시티 2007년 5월호 게재 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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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26 15:50 2007/04/26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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