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용선 개인전 리뷰

critic & column | 2009/07/27 14:05


현대사회의 도시인을 그려오면서 동시에 역사적 사건을 다루는 서용선의 회화세계는 역사그림과 현실그림 사이를 분주히 오간다. 그는 수백년전의 정치적 사건을 그리면서 동시에 도시의 면면을 다루고 있다. 단종비사를 다룬 일련의 회화 연작은 역사적 사건을 통해서 동시대의 현실에 담긴 모순과 상처를 들춰내는 작업으로 다시 읽힌다. 계유정변의 사건들과 더불어 청계천, 지하철역, 버스정거장 등 서울의 풍경과 장면들이 얽혀 영월의 과거와 서울의 현실이 시공간의 한계를 넘어 역사와 현실에 대한 인식의 장애를 허문다. 첨단 도시의 풍경화와 더불어 동시대의 분단 현실을 첨예하게 드러내는 풍경화가 등장한다. 그런가 하면 뉴욕과 베이징의 도시풍경과 동시대 뉴스 속 사건들이 한국전쟁의 상처를 되새기는 수용소의 장면들과 맞물리기도 한다.

철암프로젝트를 수년간 진행하고 있는 서용선의 행보는 가가 예술의 사회성 너머 예술의 공공성에 다가서고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단종 모티프 때문에 영월을 출입하는 것은 기본이고, 오지마을 옛농협창고의 설치작업 등으로 양평 작업실 옆 동네인 홍천을 드나들기도 한다. 역사그림 단계에서 한 걸음 진화한 신화그림은 서용선 내러티브의 절정을 보여준다. 전시장 입구에 버티고선 입체설치작품 <마고성사람들>은 역사를 통해서 현실인식을 재구조화 하고자하는 한 예술가의 기념비적인 웅변으로 읽힌다. 드로잉과 입체 작업을 일견할 기회를 가진 것도 이 전시의 깊이를 더해준 요소이다. 그의 예술작품은 시간과 공간의 한계와 경계를 넘나드는 예술행동의 결과물이다. 그의 분주한 발걸음은 멀고도 깊다.

서용선의 세계를 가장 잘 드러내는 그림은 <빨간눈 자화상>이다. 많은 화가들이 자화상을 그리곤 하지만 이 정도 세기를 가진 자화상은 그리 흔치 않다. 검은색의 거친 붓질로 윤곽을 그린 검은테 그림이다. 두상 전체를 화면 안에 안정적으로 배치하지 않고 바짝 당겨 그린 이 그림 속 화가는 굳게 입을 다문 채 전방을 응시하고 있다. 게다가 붉은 눈을 하고서 말이다. 프레임 바깥으로 튀어 나올 듯 앞으로 바짝 다가선 예술가 주체의 강렬한 응시. 화가 서용선의 진면목이 여기 있다. 프레임 안과 프레임 바깥의 경계를 인식론적으로 혹은 실천적으로 넘나들고자하는 그의 예술가적인 감성과 태도가 집결한 그림이기 때문이다. 큐레이터 김경운의 지적대로 ‘백색평면과 역사화를 동시에 그린 20세기의 예술가’의 질곡을 넘어서 21세기 동시대 예술가로 거듭난 서용선의 자유로운 영혼이 여기 담겨있지 않은가.

김준기(미술평론, www.gimjungi.net)

월간미술 2009년 8월호 기고문

2009/07/27 14:05 2009/07/27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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