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지역주의가 싹트고 있다
critic & column | 2010/05/28 21:26
상호지역주의가 싹트고 있다
한국의 여러 도시 미술문화공간들이 함께 만든 온-오프라인 네트워크 전시 [A4 DEMO]가 열리고 있다. 전시제목은 ‘민주주의를 위한 예술(Art for Democracy)'과 'A4 시위(Demonstration)'의 뜻이 담긴 중의어이다. 이 프로젝트를 준비한 이들은 각 도시의 오프라인 공간을 기반으로 활동하되 사안별로 연대하는 예술인 네트워크 ‘아트포액트’이다. 웹사이트 www.art4act.net은 행동하는 예술(Art for Act)을 표방하는 이들의 아지트이다.
온라인 전시에는 5월 25일 현재 174명의 작가가 작품을 올렸다. 추가 등록을 마치면 참여작가는 2백명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13개 도시에서 동시에 열리는 오프라인 전시들도 개막을 마친 상태다. 신학철, 임옥상, 홍성담 등과 같은 중진에서 김성연, 임영선, 박영균, 노순택 등의 중견, 그리고 구헌주, 전준모, 서평주 등과 같은 신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예술가들이 참가했다.
출품작들은 민주주의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1주기를 맞아 그를 추모하는 작품을 비롯해서 동시대 정치 현실을 비판하거나 민주주의에 대한 각성을 모색하는 작품들이 다수를 이룬다. 생태, 소수자 등 생활세계 속의 민주주의 가치를 들여다보는 작품들도 많다. 정치적 사건을 통해서 민주주의에 접근하는 시각이 있는가하면, 우리의 의식이나 생활 속에 담겨있는 민주주의에까지 눈길이 넓어진 것이다.
각 공간의 디렉터와 큐레이터, 그리고 독립큐레이터, 작가 등이 참가한 17인의 공동기획자들은 각 도시의 작가를 섭외하고 그 원본을 해당공간에 전시했다. 타 도시의 작가들의 작품은 A4 사이즈로 프린트해서 전시했다. 디지털과 인터넷 환경을 활용한 네트워킹으로 시공간의 한계를 넘어섰다. 참여 공간들도 매우 다양하다. 서울의 Lab39, 청주의 톡톡, 광주의 미나리, 부산의 아지트, 수원의 대안공간눈 등 활발하게 움직이는 거점공간들이 참가했다.
각 도시의 풀뿌리 문화지형을 새롭게 구축할 변화 양상들도 눈에 띈다. 의정부의 문화살롱공과 대구의 작은공간이소, 제주의 이디가갤러리, 대전의 카페이데, 춘천의 스페이스공 등 낯선 공간들도 많다. 안산의 스푼빌, 김해 봉하마을의 노사모전시관, 전주의 남부시장하늘정원 등과 같은 커뮤니티스페이스도 있다. 생활과 예술, 일상과 문화를 접목하려는 시도들이 꿈틀거리고 있다.
이 프로젝트의 의미는 사회 현실을 다룬 비판과 풍자, 해학 등의 예술적 가치를 넘어선다. 13개 도시 공간들이 예술의 생산과 매개를 공유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각 도시의 공간들이 지역적 한계를 뛰어넘는 지역간 네트워크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단일한 중심을 넘어서는 다원화한 분극의 네트워킹이다. 자치와 분권의 가치로 21세기 문화민주주의 시대를 여는 소중한 씨앗이 여기에 있다. 바야흐로 폐쇄적 지역주의를 넘어 상호지역주의(inter-localism)가 싹트고 있다.
김준기(미술평론가)
* 세계일보 기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