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비엔날레 세미나 참관기
critic & column | 2005/09/10 09:35
부산비엔날레가 지난 8월 25일에 2006년 행사를 앞두고 현대미술전과 바다미술제의 전시계획안을 놓고 토론하는 자리를 가졌다. 박만우 감독과 류병학 감독이 전시개념과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부산비엔날레 학술위들과 작가, 비평가들이 초청패널로 참석했다. 달맞이고개의 한 세미나실에서 열린 진지한 토론 중에 이따금 창밖으로 해운대 바닷가를 내려다보았다. 문화 불모지 부산의 악명을 벗고 문화도시 부산으로 거듭나기까지 얼마나 많은 예술인들이 저 바닷가에서 땀을 흘렸던가. 이곳 달맞이고개에서 살았던 한 큐레이터는 또 얼마나 열정적으로 부산지역미술과 함께 청춘의 한 삶을 살았던가. 얼핏 스치고 지나가는 단상들 가운데 긴 토론이 이어졌다. 그날 밤 해운대 바닷가를 바라보며 먼동이 틀 무렵까지 뒷담화를 나눈 일행은 다음 날 두 감독이 합의한 전체 주제가 “어디서나”라는 소식을 접했다. 박감독의 ‘두 도시 이야기’와 류감독의 ‘아트 인 라이프’를 절묘하게 결합한 멋진 카피라고 생각했다.
부산시립미술관 전관을 중심으로 150점의 출품규모를 계획하고 있는 현대미술전의 박만우 감독이 제시한 중심 개념은 탈중심, 탈집중이다. 자치와 분권의 시대를 지향하는 한국사회의 시대정신을 읽어내는 일이며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정책과도 맞물리는 개념이다. 서울과 부산, 중앙과 지역이라는 이분법적인 구도를 전제하고는 수평적 네트워크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며, 또한 이것은 뉴욕과 서울이라는 구도를 생각해봐도 동일한 결과를 낳는다. 전지구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신자유주의적인 자본주의 질서에 맞서 대안적 민주주의의 모델을 제시하는 것이 박감독의 구상이다. 그는 18세기 말, 정치사회적 변혁기를 배경으로 런던과 파리를 다룬 찰스 디킨스의 동명 소설을 차용한 ‘두 도시의 이야기’라는 제목을 제시했다. ‘수도와 지방 도시 사이의 상호관계를 현대시각문화의 다양한 서사 차원에서 조명’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그는 아시아나 남미를 포함한 비서구 유럽권의 현대미술을 적극 수용한다고 한다. ‘예술성과 대중성은 궁극적으로 다른 둘이 아니라 결국 하나’라는 박감독의 전략은 자칫 2004년 광주비엔날레에서 나타난 대중주의(populism)의 악몽을 떠올리는 것이어서 이에 대한 유연한 접근이 있어야 한다는 데 대체로 의견을 모았다. 출품작들의 성향을 ‘서사적 접근이 강조된 작업들’로 규명한 박감독의 구상에 대해 현대미술에 있어서 내러티브의 등장은 필연성을 가지고 있지만, 특히 내러티브 구조의 영상작업들이 많아지면 전시관람의 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 대목에 대해서는 전시공간을 분산한 박감독의 구상 속에 이미 해결책이 나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모이기보다는 흩어지기를 강조하고 있는 박감독은 여섯 개의 전시공간을 통해 미술의 거처를 전시장 안팎으로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산종(散種)이라는 개념을 일관되게 관철하기 위해 부산광역시립미술관, 하얄리아 부대, 수도권 부도심의 광장, 부산지역 케이블TV, 모바일환경 등을 전시공간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지난 해 전시장에 집중됨으로써 초래된 전시장의 과밀화 현상을 해소하면서 동시에 주제의식을 살리는 묘책으로 보인다.
바다미술제는 부산지역미술의 정체성을 가늠해온 중요한 행사이다. 수많은 예술가들이 바다를 안고 있는 부산의 환경을 시각예술과 더불어 나누기 위해 땀 흘려 일구어온 프로젝트이다. 지역미술계 활성화, 범세계적 문화교류, 문화산업의 전략적 기초 확립, 국제문화 도시로서의 정체성 확립 등의 야심찬 목표를 가지고 있는 국제미술행사 부산비엔날레의 당당한 주역 가운데 하나인 바다미술제는 그 무게에 걸맞게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는 행사이다. ‘ART IN LIFE : PUBLIC FURNITURE & SAND ART’라는 주제를 제시한 류병학 감독의 생각도 문화도시 부산이라는 구호 아래 그 전략을 가장 탁월하게 드러낼 수 있는 것이 바다미술제라는 진단으로부터 출발한다. 류감독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바다미술제를 명실공히 공공미술프로젝트로 가져간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기존의 바다미술제가 일종의 공공미술(Public Art)이었다는 진단은 절반은 옳고 절반은 그르다. 공공의 장소(publci site)에서 열리는 미술이었을지언정 공공영역(public sphere)에서의 소통을 위한 공공미술의 장치들을 얼마만큼 담보해왔는가 하는 점에 있어서는 명확한 한계를 안고 있었기 때문이다. 류감독은 ‘퍼블릭 아트’와 ‘스트리드 퍼니쳐’ 개념을 혼융해서 ‘퍼블릭 퍼니처’ 개념을 제시했다. 해운대바닷가에서 열렸던 기존의 바다미술제가 장소의 특이성은 있었으나 기존의 환경조각들과 변별성을 가지기 힘들었으며 한번 제작 설치되었던 작품은 철거 이후 재고품으로 전락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이러한 난점을 해소하기 위해 예술가들의 작품을 반영구적인 설치물로 만든다는 이번 계획은 효율성이라는 것을 주요한 비평적 언어로 선택하고 있는 공공미술의 핵심 개념을 정확하게 꿰뚫고 있다. 류감독의 바다미술제 구상에 대해 일말의 우려를 표명한다면, 그것은 이전에 없었던 일을 벌이는 것에 대한 불안감 차원이나 기존의 구도를 어긋나게 하는 것에 대한 저항이기보다는, 한정된 예산을 가지고 얼마나 최초의 구상을 실현할 수 있을까, 백사장의 공백을 채우기 위해 도입된 모래조각은 얼마나 식상함을 벗어날 수 있을까, 예술가들의 창의력과 스트리트 퍼니처의 기능성이 얼마만큼 적절하게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점들에 대한 우려와 기대이어야 할 것이다.
김준기(예술학)
부산시립미술관 전관을 중심으로 150점의 출품규모를 계획하고 있는 현대미술전의 박만우 감독이 제시한 중심 개념은 탈중심, 탈집중이다. 자치와 분권의 시대를 지향하는 한국사회의 시대정신을 읽어내는 일이며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정책과도 맞물리는 개념이다. 서울과 부산, 중앙과 지역이라는 이분법적인 구도를 전제하고는 수평적 네트워크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며, 또한 이것은 뉴욕과 서울이라는 구도를 생각해봐도 동일한 결과를 낳는다. 전지구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신자유주의적인 자본주의 질서에 맞서 대안적 민주주의의 모델을 제시하는 것이 박감독의 구상이다. 그는 18세기 말, 정치사회적 변혁기를 배경으로 런던과 파리를 다룬 찰스 디킨스의 동명 소설을 차용한 ‘두 도시의 이야기’라는 제목을 제시했다. ‘수도와 지방 도시 사이의 상호관계를 현대시각문화의 다양한 서사 차원에서 조명’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그는 아시아나 남미를 포함한 비서구 유럽권의 현대미술을 적극 수용한다고 한다. ‘예술성과 대중성은 궁극적으로 다른 둘이 아니라 결국 하나’라는 박감독의 전략은 자칫 2004년 광주비엔날레에서 나타난 대중주의(populism)의 악몽을 떠올리는 것이어서 이에 대한 유연한 접근이 있어야 한다는 데 대체로 의견을 모았다. 출품작들의 성향을 ‘서사적 접근이 강조된 작업들’로 규명한 박감독의 구상에 대해 현대미술에 있어서 내러티브의 등장은 필연성을 가지고 있지만, 특히 내러티브 구조의 영상작업들이 많아지면 전시관람의 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 대목에 대해서는 전시공간을 분산한 박감독의 구상 속에 이미 해결책이 나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모이기보다는 흩어지기를 강조하고 있는 박감독은 여섯 개의 전시공간을 통해 미술의 거처를 전시장 안팎으로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산종(散種)이라는 개념을 일관되게 관철하기 위해 부산광역시립미술관, 하얄리아 부대, 수도권 부도심의 광장, 부산지역 케이블TV, 모바일환경 등을 전시공간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지난 해 전시장에 집중됨으로써 초래된 전시장의 과밀화 현상을 해소하면서 동시에 주제의식을 살리는 묘책으로 보인다.
바다미술제는 부산지역미술의 정체성을 가늠해온 중요한 행사이다. 수많은 예술가들이 바다를 안고 있는 부산의 환경을 시각예술과 더불어 나누기 위해 땀 흘려 일구어온 프로젝트이다. 지역미술계 활성화, 범세계적 문화교류, 문화산업의 전략적 기초 확립, 국제문화 도시로서의 정체성 확립 등의 야심찬 목표를 가지고 있는 국제미술행사 부산비엔날레의 당당한 주역 가운데 하나인 바다미술제는 그 무게에 걸맞게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는 행사이다. ‘ART IN LIFE : PUBLIC FURNITURE & SAND ART’라는 주제를 제시한 류병학 감독의 생각도 문화도시 부산이라는 구호 아래 그 전략을 가장 탁월하게 드러낼 수 있는 것이 바다미술제라는 진단으로부터 출발한다. 류감독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바다미술제를 명실공히 공공미술프로젝트로 가져간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기존의 바다미술제가 일종의 공공미술(Public Art)이었다는 진단은 절반은 옳고 절반은 그르다. 공공의 장소(publci site)에서 열리는 미술이었을지언정 공공영역(public sphere)에서의 소통을 위한 공공미술의 장치들을 얼마만큼 담보해왔는가 하는 점에 있어서는 명확한 한계를 안고 있었기 때문이다. 류감독은 ‘퍼블릭 아트’와 ‘스트리드 퍼니쳐’ 개념을 혼융해서 ‘퍼블릭 퍼니처’ 개념을 제시했다. 해운대바닷가에서 열렸던 기존의 바다미술제가 장소의 특이성은 있었으나 기존의 환경조각들과 변별성을 가지기 힘들었으며 한번 제작 설치되었던 작품은 철거 이후 재고품으로 전락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이러한 난점을 해소하기 위해 예술가들의 작품을 반영구적인 설치물로 만든다는 이번 계획은 효율성이라는 것을 주요한 비평적 언어로 선택하고 있는 공공미술의 핵심 개념을 정확하게 꿰뚫고 있다. 류감독의 바다미술제 구상에 대해 일말의 우려를 표명한다면, 그것은 이전에 없었던 일을 벌이는 것에 대한 불안감 차원이나 기존의 구도를 어긋나게 하는 것에 대한 저항이기보다는, 한정된 예산을 가지고 얼마나 최초의 구상을 실현할 수 있을까, 백사장의 공백을 채우기 위해 도입된 모래조각은 얼마나 식상함을 벗어날 수 있을까, 예술가들의 창의력과 스트리트 퍼니처의 기능성이 얼마만큼 적절하게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점들에 대한 우려와 기대이어야 할 것이다.
김준기(예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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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비엔날레 조직위원회가 지난 8월 25일에 2006년 행사를 앞두고 현대미술전과 바다미술제의 전시계획안을 놓고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박만우 감독과 류병학 감독이 전시개념과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부산비엔날레 학술위들과 작가, 비평가들이 초청패널로 참석했다. 달맞이고개의 한 세미나실에서 열린 진지한 토론 중에 이따금 창밖으로 해운대 바닷가를 내려다보았다. 문화 불모지 부산의 악명을 벗고 문화도시 부산으로 거듭나기까지 얼마나 많은 예술인들이 저 바닷가에서 땀을 흘렸던가. 이곳 달맞이고개에서 살았던 한 큐레이터는 또 얼마나 열정적으로 부산지역미술과 함께 청춘의 한 삶을 살았던가. 얼핏 스치고 지나가는 단상들 가운데 긴 토론이 이어졌다. 그날 밤 해운대 바닷가를 바라보며 먼동이 틀 무렵까지 뒷담화를 나눈 일행은 다음 날 두 감독이 합의한 전체 주제가 “어디서나”라는 소식을 접했다. 박감독의 ‘두 도시 이야기’와 류감독의 ‘아트 인 라이프’를 절묘하게 결합한 멋진 카피라고 생각했다.
부산시립미술관 전관을 중심으로 150점의 출품규모를 계획하고 있는 현대미술전의 박만우 감독이 제시한 중심 개념은 탈중심, 탈집중이다. 자치와 분권의 시대를 지향하는 한국사회의 시대정신을 읽어내는 일이며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정책과도 맞물리는 개념이다. 전지구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신자유주의적인 자본주의 질서에 맞서 대안적 민주주의의 모델을 제시하는 것이 박감독의 구상이다. 그는 18세기 말, 정치사회적 변혁기를 배경으로 런던과 파리를 다룬 찰스 디킨스의 동명 소설을 차용한 ‘두 도시의 이야기’라는 제목을 제시했다. ‘수도와 지방 도시 사이의 상호관계를 현대시각문화의 다양한 서사 차원에서 조명’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그는 아시아나 남미를 포함한 비서구 유럽권의 현대미술을 적극 수용한다고 한다. ‘예술성과 대중성은 궁극적으로 다른 둘이 아니라 결국 하나’라는 박감독의 전략은 자칫 2004년 광주비엔날레에서 나타난 대중주의(populism)의 악몽을 떠올리는 것이어서 이에 대한 유연한 접근이 있어야 한다는 데 대체로 의견을 같이했다. 전시공간을 분산하려는 박감독의 구상은 미술의 거처를 전시장 안팎으로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산종(散種)이라는 개념을 일관되게 관철하기 위해 부산광역시립미술관, 하얄리아 부대, 수도권 부도심의 광장, 부산지역 케이블TV, 모바일환경 등을 전시공간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지난 해 전시장에 집중됨으로써 초래된 전시장의 과밀화 현상을 해소하면서 동시에 주제의식을 살리는 묘책으로 보인다.
바다미술제는 그 무게에 걸맞게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는 행사이다. ‘ART IN LIFE : PUBLIC FURNITURE & SAND ART’라는 주제를 제시한 류병학 감독의 생각도 문화도시 부산이라는 구호 아래 그 전략을 가장 탁월하게 드러낼 수 있는 것이 바다미술제라는 진단으로부터 출발한다. 기존의 바다미술제가 일종의 공공미술(Public Art)이었다는 진단은 절반은 옳고 절반은 그르다. 공공의 장소(publci site)에서 열리는 미술이었을지언정 공공영역(public sphere)에서의 소통을 위한 공공미술의 장치들을 얼마만큼 담보해왔는가 하는 점에 있어서는 명확한 한계를 안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장소의 특이성은 있었으나 기존의 환경조각들과 변별성을 가지기 힘들었으며 한번 제작 설치되었던 작품은 철거 이후 재고품으로 전락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러한 난점을 해소하기 위해 예술가들의 작품을 반영구적인 설치물로 만든다는 이번 계획은 효율성이라는 것을 주요한 비평적 언어로 선택하고 있는 공공미술의 핵심 개념을 정확하게 꿰뚫고 있다. 류감독의 바다미술제 구상에 대해 일말의 우려를 표명한다면, 그것은 이전에 없었던 일을 벌이는 것에 대한 불안감 차원이나 기존의 구도를 어긋나게 하는 것에 대한 저항이기보다는, 한정된 예산을 가지고 얼마나 최초의 구상을 실현할 수 있을까, 백사장의 공백을 채우기 위해 도입된 모래조각은 얼마나 식상함을 벗어날 수 있을까, 예술가들의 창의력과 스트리트 퍼니처의 기능성이 얼마만큼 적절하게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점들에 대한 우려와 기대이어야 할 것이다.
김준기(예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