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듣는 만큼 보인다

critic & column | 2010/07/07 19:18


미술, 듣는 만큼 보인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예술 작품에 대한 지식이 작품의 감상에 큰 도움이 된다는 말이다. 맞는 말이다. 안다는 것과 본다는 것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놓여있다. 예술 작품을 둘러싼 시대적 배경과 작가의 삶과 제작 의도 등 작품 바깥의 이야기들을 작품 속으로 끌고 들어와 해석의 지평을 넓혀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명제는 위험한 말이기도 하다. 미술을 지식권력의 장으로 몰아넣기 때문이다. 이 명제를 뒤집어보면 ‘모르면 안 보인다’는 얘긴데, 바로 이 점 때문에 미술을 모르는 시민들은 미술관을 찾는 일을 기피하곤 한다.

이러한 난점을 풀어주는 해결사가 있다. 도슨트(Docent)다. 미술관 도슨트는 미술관의 전시를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작품해설사로 통용되기도 하는 이 말이 이제는 시민들의 문화소비에 있어 빠질 수 없는 요소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우리시청의 한 공무원은 제주도 이중섭미술관을 방문했다가 눈물을 흘리며 전시를 관람했다고 한다. 도슨트의 감동적인 작품해설 때문이었다. 단체관람이든 개인관람이든 시민과 학생들은 전시장을 찾아 도슨트와 함께 전시장 도는 일을 자연스러운 문화향유 코드로 활용하고 있다. 미술, 이제는 ‘듣는 만큼 보인다’.

대전시립미술관의 도슨트들은 문화도시 대전의 자랑이다. 전문가 못지않은 열정과 책임감을 가지고 활동하는 이들 자원봉사자들은 타도시의 부러움을 살 정도로 뛰어나다. 내가 이전에 일했던 부산에서도 대전 도슨트들의 열정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미술 전공자도 있지만 비전공자도 상당수인 이들은 도슨트 경험을 거치면서 미술애호가, 콜렉터가 된 이도 있고, 직접 그림 그리기는 이도 있다. 한 과학전공자 도슨트는 관련 박물관의 큐레이터로 취직을 했다고 한다. 외국인 작가나 관람객과도 통역 없이 소통하는 이들도 많다.

미국 체제 시절에 낯선 도시의 미술관에서 만난 할머니 도슨트가 선사한 신선한 충격을 고맙게 기억하며, 자신도 할머니 도슨트로 활동할 꿈을 꾸는 이도 있다. 대전시립미술관은 최근에 평일 오후 3시를 약속의 시간으로 정했다. 그동안 주말 2시와 4시에만 하던 도픈트 프로그램을 평일 오후 3시에도 실행하기로 한 것. 사전 예약 없이도 평일 오후에 미술관을 찾으면 도슨트를 만날 수 있다. 문화도시 대전의 풍부한 문화 코드들이 하나하나 쌓여가고 있다.

김준기(대전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

* 대전일보 한밭춘추 기고문 100707

2010/07/07 19:18 2010/07/07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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