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인회의 운영위원회 활동을 접으신 김용익 선생님께

critic & column | 2005/03/03 16:35


미술인회의 운영위원회 활동을 접으신 김용익 선생님께

김용익 선생님. 미술인회의 막내 운영위원 김준기입니다. 올려주신 글에 얼른 답글을 달았어야 했는데, 새로 오픈하는 전시 준비하느라 분주히 지내다보니 벌써 한 면 넘어가버렸습니다. 늦었지만 짧게나마 인사드리려고 빈문서를 열었습니다.

여러 모로 고려해서 결정하셨을 테지만, 미술인회의 창립 준비위원 때부터 초대 운영위원까지 수많은 자리에서 뵐 때마다 항상 온화하게 좌중의 균형을 지켜주신 김용익 선생님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큽니다. 돌이켜보면 선생님께서 주장하셨던 사안들, 예를 들면 '운영위원 여성비례할당제 도입, 온라인 비실명 유지, 실질적인 집행체제 구축' 등에 관한 논의들은 일관되게 조직의 열린 구조에 관해 초점을 맞추고 있었습니다. 때로는 아직 세상의 경륜이 낮은 저로서는 너무 급진적이라고 느낀 부분이 있을 정도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일부 동의하고 일부 반대하기도 했지만, 선생님의 열린 마음에 대해서 깊이 존경의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 테이블에서 뵙는 동안 지혜가 모자라거나 겸양이 부족했던 부분 있다면 널리 용서해주시기 바랍니다.

선생님께서 지난 주말, 미술인회의 총회에서 운영위원 사퇴의 뜻을 밝힌 후 ‘운영위원 활동을 접으며’라는 제목으로 자유게시판에 글을 올리셨습니다. 그동안 운영위원회의와 교외 먼곳의 엠티 자리에도 항상 참석하시면서 열의를 가지고 일해오신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총회자리에서도 후배들을 다독거려주시는 모습 뵈었습니다. 이제 잠시 운영위원 활동을 접으시고 새롭게 미술인회의를 돕겠다는 말씀도 잘 알겠습니다. 후배의 한 사람으로서 깊이 감사드립니다.

게시판에서 말씀하신 신임 운영위원 선출과정에 대한 언급은 스스로 뭔가 찔리는 게 있어서 그랬던 것이니 크게 신경쓰시지 않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다른 분들이 듣고 뭔가 오해의 소지가 있을 것 같고, 이병한 선생님이나 직지명훈님의 댓글에서도 한 두 마디 언급된 바 있어서 혹시 사정을 모르시는 분들이 오해하실까봐 짧게 정리해보자면 이렇습니다. 지난 총회에서의 운영위원 선출 결과는 2004년 운영위원 가운데 김복기, 김준기, 박불똥, 성완경, 양주혜, 이병한, 장경호, 최범 이렇게 8인의 운영위원을 유임하도록 했습니다.

기존의 12인 가운데, 김용익 선생님 본인은 임원선출 자리에서 사퇴 의사를 밝히셨습니다만, 엄밀하게는 운영위원 후보 피선을 사양하신 것이었습니다. 그동안 운영위원회에 참석하지 못/않은 이태호, 최진욱, 황세준 세 분 선생님들은 간접적인 사의로 해석하여 후보에 넣지 않고 ‘공성훈, 박찬응, 유승덕, 조경숙’ 네 분을 새로 추천을 받은 것이었죠. 기존의 8인과 새로 추천받은 4인을 합쳐 12인이 되었으니 별도의 투표와 개표 절차 없이 자연스럽게 신임 운영위원으로 선출된 것으로 쳐도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에 모두들 동의한 것이라고 압니다.

미술인회의 운영위원은 정관 상으로 보면 해마다 새롭게 선출하기로 되어있었으므로, 이번 총회에서처럼 선거절차를 거치지 않/못한 것은 정관위배가 되는 것입니다만, 저 또한 그 자리에 있었고, 별다른 문제제기를 하지 않/못했으니 이에 대해 대놓고 딴소리를 할 자격이나 그럴 생각도 없습니다. 다만 50여명이라는 총회 참석인 규모로 보아 알수 있듯이 상당부분 미술인회의에 대한 참여 열기가 식었고, 그에 따라 범미술인들의 네트워킹이라는 취지에 맞게 고르고 너른 지역, 연령, 성별 미술인들이 집단운영체로 뜻을 함께 한다는 창립취지나 운영체제에 대한 합의를 지키지 못한 것은 적지않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잘/잘못을 따지자는 것이 아니라 이번 총회자리를 이러한 현실 좌표에 대한 반성의 자리로 삼았으면 하는 생각에 드리는 말씀입니다.

지난 가을 토탈미술관에서 <당신은 나의 태양> 전시 오픈 날, 노준의 관장님, 안규철 선생님과 함께 카레라이스를 나눠주시던 바로 그 모습이 언제나 현장에서 후배들과 함께 하는 선생님의 진면목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오프라인 상의 모습이 있기에 온라인 상에서 하시는 말씀들이 더욱 더 와 닿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이곳 미술인회의 웹진과 게시판에서 자주 뵐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총회 뒷풀이 자리에서도 말씀하신바대로 온라인 활성화 방안에 대해 여러 모로 모색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정보교류센터가 실질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방안도 찾아봐야 할 것이고, 웹진 <미술인>도 어떻게 살릴 것인지를 잘 궁리해봐야겠습니다. 선생님께서도 활발하게 온라인 프로모션을 해주실 것으로 믿습니다.

더불어 지역네트워크 활성화 방안에 대해서도 관심 가져주실 것으로 압니다. 지역단위의 작은 모임을 활성화 하는 일이 정말 중요할 것 같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여성소수자 분과의 소규모 모임에도 호감을 많이 가지셨던 것으로 압니다. 최진욱, 정헌이 두 분 선생님도 준비모임 시절부터 작은 모임을 강조하셨습니다. 작은 모임을 활성화하지 않은 채 인사동 사무실 회의 테이블에서만 오가는 이야기들은 탁상공론에 그칠 것입니다. 또한 작은 단위로 얼굴 마주하지 않은 채 온라인 게시판에서만 오가는 이야기들도 온라인사담에 그칠 것입니다. 앞으로도 소조 단위의 네트워킹 강화 방안에 큰 힘을 보태주시기 바랍니다.

어디 멀리 가시는 것도 아닌데 왠지 서운한 마음이 생겨서 이런 말씀드립니다. 또한 잠시 운영위원 활동을 접으실 뿐 미술인회의의 선배님으로 함께 하시는 일에 소홀하지는 않으실 것이라는 믿음을 다짐해두고 싶어서 이런 말씀드립니다. 또한 개인적으로 선생님이 말씀하셨던 부분들에 대해 귀담아 듣고 실천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는 말씀도 드리고 싶어서 이런 말씀드립니다.

언젠가 안규철 선생님께도 말씀드렸었지만, 만약 제가 20대에 선생님을 가까이서 뵐 수 있었으면 참 좋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짧게나마 운영위 테이블에서 만나 뵙는 동안 선생님의 후의에 호감을 가진 것이 잠깐의 일이었는데, 앞으로는 또다시 주기적으로 뵙지는 못할 거라고 생각하니, 서운한 마음이 생깁니다. 하지만 어떤 형식으로든 우리 미술계에 든든한 선생님으로, 선배님으로 제자들과 후배들을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2005. 3.3. 후배 김준기 올림
2005/03/03 16:35 2005/03/03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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