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도시 포항의 꿈을 담은 봄과 사람 이야기

critic & column | 2009/03/16 08:12


문화도시 포항의 꿈을 담은 봄과 사람 이야기

예술가는 완고한 자기 서사와 스타일을 성립시킴으로서 자기 주체성을 확립하는 존재들이다. 개별 작가들이 가지고 있는 소재나 주제들을 모아서 특정한 주제를 가진 전시를 꾸리는 과정은 그래서 만은 시간의 토론과 고민을 동반한다. 낱낱의 텍스트들이 전시회라는 하나의 콘텍스트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개별과 통합, 부분과 전체가 상호 연관성을 갖는 과정이 그리 간단하지 않기 때문이다. <포항조각가협회 14회 정기전 : 봄! 사람을 만나다>에 출품한 9명 작가 24점의 작품이 새봄을 맞아  희망을 이야기하고 사람을 이야기한다. 포스코 본사의 포스코갤러리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아름다운 문화도시 포항, 조각의 숲 포항’을 만드는 사람들이 만드는 봄의 노래이다. 이 글에서 필자는 개별 작가들의 경향을 몇 갈래로 분류해서 묶어 보면서 동시에 전시 전체의 지향성을 가늠해봄으로써 포항이라는 도시에서 활동하는 아홉 작가가 만든 봄 이야기를 들여다보고, 나아가 이들 예술가들이 지향하는 문화도시 포항을 실현하기 위해 함께 생각해야할 몇몇 이야기를 짚어 보고자 한다.

자연의 이치와 생명 현상을 통해서 봄의 기운과 삶의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는 이동섭과 이성민의 작업은 가장 친숙한 방식으로 주제에 접근하고 있다. 이동섭의 <솟아 오르는 봄의 생명>은 마치 나무 등걸과 같은 형상의 기둥을 세워놓는 석고 작업으로서 삶을 지탱하는 원천인 ‘생명의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 대지를 뚫고 불끈 솟아오르는 생명의 기운을 추상적인 원기둥 입체로 표현했다. 손작업의 질감을 살려서 석고로 만든 이 입체는 기하학적인 추상이 아니라 질감과 곡선이 살아있는 생명체의 따뜻함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날카로운 비판보다는 따듯한 희망’을 통해서 자연과 인생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작가의 가치를 드러내고 있다. 이성민은 봄의 희망을 이야기하기 위해 그는 나무라는 소재를 인공의 빛과 경합하는 작품을 선보인다. 나무를 잘라 만든 육면체에 아크릴 원뿔을 받아 넣고 그 속에서 빛이 나오도록 만든 것이다. 빛을 통해서 생명을 불어넣고자하는 이 아이디어는 인체작업에서 입체작업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작가에게 터닝 포인트를 제공하고 있다. ‘봄, 희망, 기쁨, 사람’이라는 전시 주제에 부합하도록 나무에 박힌 다양한 길이의 빛을 담은 매개체를 통해서 각기 다른 감성과 욕망의 모양과 크기를 보여주고 있다.

사공숙과 조정석, 최정미 등은 사람을 등장시켜 표정과 이야기를 전달한다. 사공숙은 심플한 형상의 부조 작품으로 액자 속에 손의 형상을 등장시키고 그 손이 갖는 표정과 네잎크로버나 화투패 달광의 형상을 등장시킨다. 이 작품 <행운을 전해주는 작은 기쁨>은 흙작업으로 형상을 만들고 그것을 한지로 떠낸 후 그림을 그려 넣은 작품이다. 사람을 지칭하는 손, 인간의 존재를 가장 잘 드러내는 손의 모양과 표정을 통해서 인간의 감성을 표현하고 있다. 조정석의 <칼춤 - Prologue>는 머리에 꽃을 꽂은 무녀의 입상으로서 연작의 서막을 이루는 작업이다. 한 손에 든 칼을 뒤로 한 자세로 전방을 응시하는 인물의 자세에서 카리스마와 판타지를 강렬하게 풍기는 작품이다. 손맛을 살린 소조 작업에 색채를 배제한 그의 작품은 신비로운 서사를 설정하고 매우 정숙한 기운 가운데서도 넘치는 에너지를 드러내고 있다. 최정미의 출품작 <산책>은 긴 그림자를 드리운 채 손을 잡고 서로 마주보고 있는 남녀의 모습을 일러스트 조각의 방식으로 묘사하고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보이듯이 작품생산이 삶을 나누는 생산행위라고 말한다. 부부의 산책길을 통해서 일상의 한 장면을 포착하고 있다. 그림자를 바닥에 깔린 평면으로 묘사함으로써 시간과 존재의 여운을 담아내고 있다.

김대락과 이종균은 금속 재로를 사용해서 반추상의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김대락의 출품작은 철판을 자르고 펼쳐서 공간으로 확장해나가는 면추상 작업이다. 주로 철조작업을 해온 그는 철판을 놓고 면분할을 통해서 평면 위에서의 드로잉으로부터 출발하지만, 최초의 평면 드로잉을 절곡해내고 그것을 공간으로 펼치면서 발생하는 다양한 동선의 구조를 통해서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추상조각을 만든다. 강한 철판을 휘어서 부드러운 곡선으로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서 면분할을 공간분할로 전이시키는 작업을 통해서 그는 공간과 빛을 새롭게 발견한다. 이종균 공간을 유영하는 유기적인 곡선을 가진 스테인리스 스틸 파이프 속의 제일 끝에 케이블을 삐져나오게 만든 이종균의 작품은 키드(Kid)와 어덜트(Adult)의 합성어린 키덜트(Kidult) 정체성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그러한 방식으로 호기심과 장난, 즐거움을 추구하는 작가는 원을 분할하고 재결합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형상을 창조해냈다.

기하학적 추상이나 미니멀리즘의 조형방식으로 접근한 경우로는 박성찬과 맹하섭을 들 수 있다. 박성찬의 출품작은 피라미드와 원뿔, 원기둥 육면체 등 다양한 입방체들이 조합을 이루는 기하학적 추상 조각이다. 그는 사물의 본질을 담고 있는 기하학, 사물의 존재를 통해서 자신을 드러내는 빛, 그리고 그 빛과 어두움의 경계를 넘어 소통하는 점자문자라는 세 가지요소를 다룬다. 출품작 <dialogue>는 기하학적 입체들 위로 영상을 투영해서 대화를 통해서 상호소통을 이루고자하는 예술의 근본문제를 다루고 있다. 기억의 흔적, 시간의 쌓임이 남긴 자국을 재발견하고 자하는 맹하섭의 <Marks> 시리즈는 재현의 형상이 아니라 시간의 지축 속에 쌓인 기억과 망각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는 미니멀리즘이 추구했던 완벽한 탈서사의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 최소한의 이미지를 통해서 다양한 감성과 판타지를 담아내고자 한다.

포항조각가협회는 지난 2000년 이후 정기전과 특별전을 10여 차례 진행한 포항지역의 조각가 그룹이다. 이 그룹이 표방하고 있는 문구는 ‘아름다운 문화도시 포항’, 그리고 ‘조각의 숲 포항’이다. 예술이 문화도시를 성숙시키는 밑거름으로 작용해야하겠다는 문제의식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상식적인 얘기다. 조각의 숲 포항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문구 그 자체라기보다는 이러한 문구를 작가단체의 정체성으로 내걸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이 무의미한 수사에 그치지 않는 구체적인 실천으로 자리잡아야하겠다는 의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지역의 이름을 딴 많은 수의 작가 단체들이 있지만, 문화도시로 나아가는 데 밑거름이 되고자 하는 의지를 이렇게 뚜렷하게 드러낸 단체를 본 적이 드물기 때문이다. 포항조각가협회가 포항에 사는 작가들의 모임이면서 동시에 포항이라는 도시의 시공간과 실질적으로 만나는 모임이어야한다는 점을 그들은 깊은 인식하고 있다.

작가단체의 결성배경과 활동방식에 대해 각별히 비평적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어찌 보면 공허한 수사에 그칠 공산이 크다. 그러나 포항조각가협회의 가치 지향이 지금보다 더 정교하게 도시의 문화정치와 결합함으로써 예술가 자신들과 도시의 구성원인 시민들이 행복한 만남을 증폭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전제로 하는 말이다. 그것은 조각문화를 활성화 하고 자신들의 활동 영역을 확보하겠다는 욕망과 동시에 도시의 문화생태적인 수준을 높이는 시민사회의식을 동시에 포함하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크다. 이 단체는 창립 이래 10여명의 회원이 힘을 모아서 포항야외환경조각전을 꾸리고, 포항시조각공원추진위원회 연구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여타의 개인과 단체들과 문화도시 포항을 향해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이들이 연구하고 있는 도시의 유휴공간을 활용하는 예술 공간 창출은 작품생산을 실재의 시공간과 결합하고자하는 노력으로 보인다.

예술가와 단체, 지자체와 기업 등 다양한 참여주체들이 공동의 관심사로 삼을 만한 프로젝트를 통해서 시민사회와 호흡하는 예술의 활성화, 또는 예술적 소통을 매개로 지역공동체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것이 이들이 준비하고 있는 예술 활동과 문화정치의 만남이다. 예술생산을 문화도시의 저력으로 활성화하는 이러한 문화정치의 관점은 예술가 개인이나 예술가단체만의 몫이 아니다. 그들만의 움직임으로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지금 예술가들에게 필요한 것은 작가의 내면으로 깊숙이 파고다는 내면의 성찰과 더불어 작가의 바깥으로 눈을 돌리고 팔을 벌려서 세상을 품어 안는 반성적 성찰의 시각이다. 나아가 지금 시민사회가 다시 생각해야할 점도 있다. 그것은 예술을 인간의 삶과 무관하거나 도시의 실재 공간과 만나기 쉽지 않은 별개의 것으로 치부하는 시각을 거두고 삶 속에서 만나는 예술, 도시공간에서 일상적으로 만나는 예술을 통해서 문화사회로 한 걸음 나아가려는 열린 마음이다.

김준기 (미술평론가, www.gimjungi.net)

2009/03/16 08:12 2009/03/16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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