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추억을 그리다 : 최민화 리뷰

critic & column | 2007/06/06 10:38


거리의 추억을 그리다


6월 항쟁 20주년 기념 최민화 회화전, 2007.6.7-2007.6.24, 문화일보갤러리


1987년 6월, 이한열 열사 장례식 행렬의 선두에 대형 열사도를 그려 앞세우게 한 화가가 있다. 노숙자 문제가 사회문제로 부각되기 이전에 부랑아 연작 그렸으며, 기타를 퉁기며 하모니카를 불고 있는 70년대식 캐릭터를 등장시킨 분홍 연작을 그린 화가. 몇 년 전에는 영화 포스터 위에다가 고대설화나 역사적 서사를 그려내기도 했던 화가 최민화다. 빠르고 얇은 붓질로 회화의 맛을 제대로 살리는 그는 늘 그리다 만듯한 그림으로 ‘아, 내가 바라보고 있는 이 화면은 사진이 아니고 그림이구나’라는 사실을 잊지 않게 만들어주는 특유의 어법을 구사하는 화가이다.


중국현대미술 작가들이 차이나 아방가르드라는 이름 아래 한국의 젊은 작가들을 미혹하기 훨씬 이전에 최민화는 저 날렵한 붓으로 분홍 연작을 그려내고 있었다. “실버들을 천만사 늘여놓고도 가는 봄을 잡지도 못한단 말인가.” 가수 인순이의 희자매 시절 노래 <실버들>, 소월의 시로 만든 노래이다. 우리는 이렇게 가까운 과거에 이뤄진 저 기가 막힌 회화의 추억도 기억하고 있지 못한단 말인가.


1980년대를 거치면서 이름을 민화(民花)로 바꾼 화가 최민화가 20년의 세월동안 그린 1980년대 거리의 기억들을 한 자리에서 만나는 전시가 열렸다. 50여점의 회화작품을 출품하는 이 전시는 6월 항쟁 20주년을 맞아서 열리는 전시다. 누군가 기획을 해서 역사적 사실을 기념하는 것이 아니라 화가 자신이 혼자서 이 역사적 사건을 기억하는 기념전을 연다는 사실만 봐도 이 예술가가 80년대 거리에 대한 기억을 얼마나 열렬하게 간직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출품작들은 대부분 가두투쟁의 장면들을 그려내고 있다. 소파에 눕듯 거리에 누워 군화발에 짓밟히며 끌려가는 학생들의 모습을 담은 그림은 <파쇼에 누워>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1989년에 그린 <쏘지마라>라는 작품은 한 인물이 태극기를 배경으로 웃통을 벗고 앞으로 달려나오는 유명한 사진을 회화적 재현으로 옮긴 것이다. 얇고 맑게 그리는 90년대 그림들과 대비되는 이 그름은 굵은 붓질로 툭툭 쳐서 그린 것이 사뭇 흥미롭다. 80년대 거리에서 벌어졌던 수많은 장면들. 출품작들은 사진이 포착한 인물과 사건들을 재구성해서 그린 다큐멘터리 그림들로서 사실적인 재현과 초현실적인 재구성을 통해서 만들어진 그림들이다. 87년 6월의 민주화 투쟁과 그 직후의 789 노동자 대투쟁을 거쳐 통일을 외쳤던 학생운동의 장면에 이르기까지 그가 지켜보았던 역사들을 낱낱이 들여다보고 있다. 분홍의 깃발을 펼쳐든 사름들의 표정에서 아스라이 거리의 추억이 맴돈다.


김준기 (미술비평, www.gimjungi.net)

2007/06/06 10:38 2007/06/06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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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성윤진 2007/06/08 11:14

    퍼서 저희 홈페이지에 엮었습니다. 다녀가셨는데 뵙질 못했네요.

    • 김피디 2007/06/15 07:38

      홈피 들어가서 봤습니다.
      문화일보갤러리는 "좋은 화가들" 전시를 여는 전시장이로군요...
      다음에 가면 뵐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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