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과 이미지가 공존하는 사진예술 프로젝트 : 김문경 개인전

critic & column | 2009/03/10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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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과 이미지가 공존하는 사진예술 프로젝트

김문경 작업의 가장 큰 매력은 사진이미지뿐만이 아니고 그 이미지를 둘러싼 다양한 담론들을 동시에 제시하는 데 있다. 해당 장소에 관한 연구를 통해서 정확하게 이슈를 제기하는 그의 작업은 연구기반 프로젝트(research based project)로 탄탄하게 자리잡고 있다. 그는 특정 장소의 상황 속에 참여하고 개입하기도 한다. 본격적으로 장기적인 거주를 하거나 보다 더 적극적인 참여와 개입의 방식을 도입함으로써 예술행동의 영역으로 활동방식을 넓히기까지는 좀 더 세월이 흘러야할 것으로 보이지만, 지금까지 해온 프로젝트들은 장소 특정적 작업(Site Specific Art)의 박제화한 장소성 개념을 넘어, 가히 ‘의제 특정적인 작업(Issue Specific Art)’이라고 부를 만하다.

사진가 김문경은 정교한 프로젝트 기획을 통해서 예술가 김문경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있다. 그의 작업은 다큐멘터리 사진의 방법론으로부터 출발한다. 최초 출발선에서 보자면 그의 사진은 만드는 사진(making photo)보다는 포착하는 사진(taking photo)에 가깝다. 그는 도시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이나 장면들을 포착하기 전에 현장에 대한 문제의식을 심화하는 일을 첫 단계로 삼는다. 물론 현장의 촬영 작업 이후에도 조사연구 작업은 상호보완의 관계를 갖는다. 이슈 설정의 단계를 거쳐 현장과 기록을 조사연구하고, 촬영과 편집 작업에 이어 프린트와 배치를 수행하기까지 일련의 과정거치면서 그는 기록으로서의 사진에 개념을 부여함으로써 물신 사진과 결별한다.

사진은 개념미술을 가능하게 한 주역이라는 점에서 매우 문제적이다. 그런 맥락에서 김문경의 작업은 일종의 개념예술이며, 사진의 영역에서 보자면 그는 개념사진가이다. 그는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한 후 몇 차례 기획전에 출품하고 세 번째 개인전을 여는 신진작가이다. 그가 여느 사진가들과 달리 예술가 정체성을 세우는 과정에서 개념의 문제는 상당히 큰 부분을 차지한다. 카메라 렌즈로 포착한 사건이나 장면 그 자체의 이미지뿐만이 아니라 그것을 둘러싼 관련 텍스트와 도표 등을 이용해서 개념을 전달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는 촬영과 암실 작업이라는 수공적인 작업을 통해서 사진가 정체성을 구성하는 앞 세대 사진가들에 비해서 정통적인 사진의 프로세스로부터 일탈한 작업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김문경은 카메라를 이용해 대상을 포착하는 사람, 즉 사진가로서의 정체성을 예술가 정체성으로 끌어올리는 장치로서 개념의 문제를 상당히 신중하게 다룬다. 그는 사진 찍기에 이은 후기 작업으로 텍스트와 이미지를 동시에 제시하는 후기 작업을 거친다. 김문경 사진에 있어 개념의 문제는 오늘날 예술계에 있어 매우 시사적인 문제의식을 제공한다. 사진이라는 물신(物神), 특히 회화적 요소를 강조한 나머지 서사의 빈곤이라는 악순환을 반복하는 재현사진의 늪으로부터 탈출하는 일은 김문경 작업의 중요한 전략이다. 그는 ‘무개념 스펙터클 사진을 지양한다’고 말한다.

학습기인 2002년의 <주변인> 연작은 도시의 여러 장소를 담은 10여점의 스틸 컷 속에 가면을 쓴 자신의 모습을 등장시킴으로써 도시 속 개인의 익명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독서 캠페인 문구를 패러디해서 ‘사람은 도시를 만들고 도시는 인간을 만든다’고 말하면서 그 속에서 개인의 정체성을 묻고 있다. 이듬해의 <특화거리> 연작 또한 소비를 둘러싼 도시의 풍경을 포착함으로써 자본주의 사회가 도시를 직조해내는 방식을 들여다보고 있다. 그는 ‘자연과 인간을 총체적으로 지배하는 자본’의 힘이 도시를 직조해내는 현실을 성찰한다. 2006년의 <스펙터클> 연작은 소비를 독려하는 이미지들로 가득 찬 자본의 도시, 욕망의 도시를 파헤치고 있다. 같은 해의 <공모> 연작과 관련한 언급에서 그는 노출증과 관음증의 공모(共謀)를 공모(公募)하는 인터넷 세상의 함의를 들춰냈다.

<아트인대구 2007 : 분지의 바람>에서 그는 보수적인 도시 대구의 이면을 재발견했다. 대구의 독립운동가 4인을 등장시켜 가장 진보적이었던 대구의 역사를 통해서 현재의 보수성을 비판했다. <아트인부산 2008 : 돌아와요 부산항에>에 출품한 그의 작품은 서울과 부산이라는 두 도시를 24시간동안 걸으면서 포착한 공사중인 도시 이미지를 모자이크 편집방식으로 제시함으로써 거대도시의 익명성을 드러냈다. 2007년의 <새대추리 프로젝트>에서는 전쟁기지의 확장 때문에 삶의 처소를 빼앗긴 대추리 주민들의 새로운 마을을 위해 희망방독면을 제작해서 주민들께 바치는 작업을 했다. 그는 평화와 인권이라는 키워드를 설정하고 방독면에 글자를 새겼다. 이 방독면은 전쟁가스로부터 호흡을 확보하게 하는 기능, 농약을 치거나 페인트를 칠할 때와 같이 일상생황에 유용한 기능, 미군들의 환경오염과 범죄행위를 금지하게 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그가 이슈에 접근하고 해결하는 방식의 말랑말랑함을 잘 파악할 수 있는 대목이다.

김문경은 서울 중구의 충무아트갤러리의 프로젝트 공모에 선정되어 황학동과 동대문운동장 관련 작품을 남겼다. 2007년의 <황학동 프로젝트>에서 그는 비닐로 포장된 노점상의 보따리를 촬영한 후 그 포장된 노점상 보따리 이미지만을 검은 배경 위에 배치하는 방식으로 여러 점의 <보따리> 연작을 제시했다. 조선시대에서 21세기에 이르기까지 황학동의 역사를 구성하는 이미지와 언어를 재배치하는 작업도 병행했다. 황학동의 장소성과 역사성을 두루 고찰한 그는 청계천 옹벽을 사이에 두고 즐비하게 이어진 상단부의 건물들과 하단부의 흐르는 물을 대비시킨 야간풍경을 통해서 피사체에 카메라를 들이대는 일이 연구와 관찰과 분석을 동반했을 때 깊은 사유와 성찰을 동반한다는 점을 잘 보여주었다. 2008년에서도 임오군란 이래 일제강점기와 해방, 경제개발시대, 민중화운동시대 등을 거치면서 동대문운동장과 동대문시장 등의 역사와 현실을 파헤치는 리서치 결과와 사진이미지를 개념사진의 방식으로 제시했다.

김문경은 자본과 권력이 창출한 거대도시의 배리를 낱낱이 파헤쳐봄으로써 우리를 둘러싼 삶의 조건을 파악해보고 거대도시의 구조 속 행위자인 도시인을 유기적인 주체로 파악하고는 비판적 시각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그가 특정한 장소나 이슈를 선택한 후 그것을 다루는 방식은 그의 도시생태론적인 관점을 잘 보여준다. 도시는 인간이 만들어내는 거대한 구조이자 인간의 삶을 규정하는 조건이다. 도시는 거대한 물질 구조이면서 동시에 미세한 메커니즘이다. 따라서 도시는 그 자체로 하나의 생태이다. 김문경은 렌즈를 통해서 도시의 장면과 상황과 사건과 역사를 빨아들인다. 그는 세계관의 문제뿐만이 아니라 작업방식에 있어서도 각각의 절차들을 상호연관 관계 속에서 진행하는 생태론자이다.

그는 도시를 바라보는 타자의 시선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속에 비집고 들어가 낱낱이 들여다보는 주체의 시선을 가지고 있다. 그는 도시를 하나의 공간 개념으로 파악하며 동시에 역사성과 장소성의 맥락으로 접근하고 있다. 그러므로 김문경에게 있어 도시는 살아 움직이는 심장을 가진 하나의 생명체이다. 그가 해온 대부분의 작업들은 도시를 들여다보는 프로젝트이다. 그의 작업들은 정교한 네트워크로 얽혀있는 거대도시의 면면을 성찰적 관점에서 접근한다. 따라서 그의 사진들은 카메라 렌즈가 동시대의 풍경과 상황을 재현하는 거대한 힘을 확인시켜 주는 동시에 개념적 접근을 통해서 현실을 새롭게 발견하게 함으로써 사진예술의 지평을 넓혀주고 있다. 역동하는 삶의 장 속에서 새로운 인식과 성찰을 촉구하는 예술가 주체 김문경을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준기 (미술평론가, www.gimjungi.net)

* 김문경 개인전 서문

2009/03/10 20:59 2009/03/10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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