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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트가이드 2013년 2월호 : 정인숙, 오늘, 해는 다시 떠오른다

critic & column | 2013/01/23 11:09


정인숙 풍경사진 겨울산, 아라아트센터
2010년부터 2012년에 촬영한 정인숙의 겨울산 사진들. 눈 쌓인 산을 들여다본 그의 시선은 거대하면서도 섬세하다. 산을 자주 찾는 그는 산을 통해서 몸과 마음의 안식을 얻으며 높고 깊은 겨울산을 찾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전경과 후경의 떨림, 산등성이의 선율, 빛과 그림자의 교차, 나무와 대지의 변주 등 다양한 서사를 구축한 그의 사진에는 시시각각 변화하면서도 그 너른 품으로 인간을 안아주는 대자연의 풍모가 담겨있다.

오늘, 해는 다시 떠오른다, 아라아트센터
한국민예총이 지난 몇 년간의 어려움을 딛고 일신의 차원에서 마련한 기획전. 14개 지회, 55개 지부, 3개 장르의 예술계가 함께 참여했다. 민중미술의 맥락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작가군 구성을 통하여 한국 리얼리즘 미술의 현재를 가늠해 본 자리. 강요배 김정헌 신학철 박불똥 이종구 이철수 임옥상 홍성담 황재형 등 선배 세대 작가들과 박영균, 이윤엽, 이하 등 후배세대 작가들이 모여 100여명이 출품한 이 전시는 한국민예총이 그 이름을 걸고 여는 첫 전시다.

2013/01/23 11:09 2013/01/23 11:09

서울아트가이드 2013년 1월호 : 낸시 랭, 나규환

critic & column | 2012/12/17 22:07


낸시 랭 : 내정간섭, 2012.12.13.-12.24, 갤러리 팔레 드 서울
박근혜와 문제인, 안철수, 노무현과 이명박, 박정희 등 과거와 현재의 정치인들의 어깨 위에 낸시 랭의 상징인 고양이를 얹어둔 ‘앙~’스러운 그림들이 나왔다. 대선 시점과 맞아 떨어지는 따끈따끈한 기획. 매우 대중적인 문화와 덜 대중적인 문화(시각예술) 사이를 오가는 낸시 랭의 게임은 코리안팝이라고 불릴 자격이 있어 보인다.

나규환 개인전, 부산민주공원, 2012.12.22.-2013.1.20
대추리와 용산 등의 현장과 경기도 포천의 작업실에서 10년의 세월을 보낸 나규환의 첫 번째 개인전. 파견미술팀의 일원으로 활동해온 그는 행동주의예술가와 장인적 면모가 나타나는 조각쟁이의 양면을 지니고 있다. 그의 방법론은 현장에서 채집한 물건을 이용한 오브제조각과 퍼포먼스, 비판적 리얼리즘 경향의 구상인체조각 등에 이르기까지 일상과 사건에 두루 걸쳐있다.


2012/12/17 22:07 2012/12/17 22:07

이달의 전시 : 서울아트가이드 2012년 12월호

critic & column | 2012/11/21 22:29


디자인얼룩 : 모르는 마을, 11.6-11.30, 아트스페이스풀
장종관과 김지혜 두 예술가 부부로 이뤄진 디자인얼룩의 이번 전시는 마을공동체와 예술의 관계를 헤아리게 해주는 자리이다. 이들은 성미산마을에 자리잡으면서 그곳 주민들의 일상과 축제, 그리고 공동체적인 삶을 지향하는 다양한 행동에 동참해왔다. 축제를 위한 소품에서 출발하여 거대한 설치작업으로 연결된 <괴물카프라>를 비롯해 마을의 가치를 예술로 승화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이들에게 예술은 삶 그 자체이다.

유신의 초상, 11.10-11.25, space99
‘유신 40년 공동주제기획 6부작 : 유체이탈(維體離脫)의 세 번째 기획전인 <유신의 초상>. 권종환, 김성룡, 박영균, 선무, 양은주, 이윤엽, 황세준, 홍성담 등이 참가한 이 전시는 우리에게 유신은 과거가 아닌 현재라는 생각으로 과거의 아픈 상처를 끄집어냈다. 박근혜 출산 그림으로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킨 홍성담은 표현의 자유라른 사회적 이슈를 도출했다. 여전히 한국사회의 최전선은 민주주의의 가치라는 점을 되새기게 한 전시였다.

2012/11/21 22:29 2012/11/21 22:29

미디어아트, 조혜진 : 2012년 11월호 서울아트가이드 이달의 전시

critic & column | 2012/10/20 17:43


한국현대미술의 흐름 : 미디어아트, 9.18-10.25, 김해문화의전당 윤슬미술관
지난 2008년의 단색회화 전시를 필두로 극사실회화, 팝아트, 오브제아트 등을 다뤄온 연속 기획의 다섯 번째 전시. 한국큐레이터협회와 공동주최한 이 전시는 백남준과 육태진에서 양아치와 김태은에 이르기까지, 싱글채널비디오를 포함해 인터랙션에 이르는 뉴미디어아트의 변천사를 집약했다. 1970년대 이래 새로운 매체의 출현과 변화 과정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한국뉴미디어아트의 축소판 전시.

조혜진 : 봉황동 200-3, 10.18-10.28,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미니어처 조각으로 사라져가는 도시의 면면을 담아내는 조혜진이 청주에서의 레지던시를 정리하며 신작들을 선보였다. 개발과 재개발의 반복으로 이뤄지는 도시의 면면을 기록하는 이러한 작업은 익명의 도시를 구축하는 파편들에 불과하지만 조혜진의 미니어처는 그것들을 실명의 유물로 되살려낸다. 그것은 우리의 삶을 구축하는 근저의 조건들에 대한 사사로운 오마주이자 현대도시의 생멸에 관한 기억투쟁이다.

2012/10/20 17:43 2012/10/20 17:43

김태은, 노재운, 양아치, 전준호

critic & column | 2012/09/16 21:00


김태은, 노재운, 양아치, 전준호

<
서클 드로잉>에서 김태은은 레코드판이라는 오브제를 사용하여 원을 그리는 기계장치를 구동한다. 그는 레코드판의 트랙을 재현하는 드로잉을 만들어내는 이 기계장치는 청각이 아닌 시각적 결과물을 도출한다. 관객이 직접 핸들을 돌려 원운동을 시각적으로 접하는 방식이다. 청각을 시각화하는 이 작품은 소리를 그리는 작업이다. 이 작품은 소리의 복제인 레코드판을 드로잉으로 풀어냄으로써 원복과 복제본에 관한 미묘한 울림을 제시해준다. 판문점 연작은 분단현실을 여실히 드러내며 냉전의 정치적 함의를 가지고 있는 공간에 대한 블랙유머이다. 그는 판문점 세트장의 장치들을 끌어들여 그것의 무게를 덜고 관광객 모드의 상호소통을 시도한다. 이 작품 또한 원본과 복제본의 관계 속에서 나타나는 현실 속의 비현실의 문제를 다룬다. 김태은의 작품들은 인간의 이성과 감성, 사회의 구조와 그 속의 행위방식 등을 놓고 양쪽을 동시에 건드리는 메시지를 제시한다. 이러한 작업들 속에서 그가 제시하는 미디어들은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아 기술결정론적인 미디어아트 담론을 훌쩍 넘어선다.

노재운은 매우 감성적인 코드의 영상언어를 구사하는 작가이다
. 그는 <여성의 정체>에서 한 젊은 과학도와 천재 수학자가 나누는 가벼운 대화를 통하여 정신분열적이고 히스테리컬한 현대인의 정체성을 다룬다. <얼음여왕> 또한 비극적 상황에 빠진 주인공을 통하여 우리가 직면한 현실의 문제를 담았다. 그의 영상들은 문학적 서사구조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이야기 자체로서가 아니라 시각적 서사의 수준에서 다룬다. <오 솔레 미오><캐롤 앤을 찾아서> 등과 같은 비디오클립 또한 줄거리자체가 아니라 줄거리를 구성해주는 시각적 정보들의 변화에 주목하게 함으로써 노재운 특유의 영상언어를 감지할 수 있게 해준다. 우리에게 서사란 문학적 서사 그 자체로서만 의미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야기 자체에 주목하기보다는 시지각적인 자극이 더욱 강렬하고 심원하게 관객의 인지체계를 뒤흔들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노재운의 영상에 있어 시각서사의 문제를 유심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인터넷과 디지털을 비롯한 첨단의 정보화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노재운의 영상언어는 그것의 속도를 좀 더 느긋하게 대면할 수 있도록 해주는 성찰의 힘이 들어있다.

양아치의 비디오 클립
<스테레오>는 한 여성 퍼포머의 마임으로 시작된다. David Devora, 심보선, 성계, 배윤호, 이길, 홍희진 등이 차례로 등장해서 각자 주어진 대사를 읽거나 건반을 연주하며, 손짓만으로 무언가를 이야기하기도 한다. 등장하는 인물들의 차이만큼이나 이들이 제시하는 메시지들 또한 일관된 맥락에 놓인 것이라기보다는 파편화한 서사구조를 보여준다. 이 작품들만이 아니라 대다수의 영상에서 양아치는 이른바 미술관에서 전시되는 상황에서의 영상이 극장에서 상영되는 그것과 어떻게 달라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양아치의 영상언어는 관람의 대상이 아니라 관찰의 대상이다. 그것은 작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몇몇 가지 특징들, 가령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피사체를 촬영하는 카메라워킹이나 한 번 봐서 그 내용을 파악할 수 없게 만드는 중의적이고 난해한 메시지들 등의 요소들 때문이다. 인터넷과 영상의 시대를 맞이한 이 시대의 미디어아티스트로서의 양아치는 첨단의 문명이 제시하는 무언의 약속들에 균열을 내며 거대한 구조 속에서 꿈틀거리는 행위주체서의 예술가이다.

준호는 자신의 가장 대표적인 연작인 화폐 시리즈를 통하여 정지상태의 인지에 새로운 자극을 주곤한다. 2007년 작 <Hyper Realism(North Korean Bill)>은 북한 화폐 속에 등장하는 스틸컷을 이용한 애니메이션이다. 그는 이 화폐 연작에서 우리에게 익숙한 화폐 속 풍경을 대형 스크린에 투사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 화면 속에서 움직임이 발생한다는 데 있다. 영상 속의 정지된 화면들은 화폐라는 특정한 공간 속에 한정되어 있는 고정적이고 구축적인 구조이다. 그런데 이러한 안정적인 이미지의 힘을 부정하고 왜곡하는 움직임은 대부분 사람의 움직임에 의해 발생한다. 풍경 속의 사람은 행위를 통하여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전준호의 화폐 시리즈가 함의하는 바가 바로 여기에 있다. 화폐라는 가장 대중적인 이미지, 도저히 바뀔 수 없는 풍경이나 장면으로서의 화폐 이미지에 변형을 가함으로써 전준호는 사람들의 뇌리에 박힌 고정관념을 공격하면서 새로운 이야기들을 만들어낸다. 그것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만 하는 팍팍한 상황에 균열을 내고 새로운 상상의 힘을 제공한다.

 

김준기 (미술평론가)

 

 

 

2012/09/16 21:00 2012/09/16 21:00

프로젝트대전2012 : 에네르기 포스터와 서문

critic & column | 2012/09/05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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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대전 2012 : 에네르기-Ener

과학과 예술의 융복합을 지향하는
<프로젝트대전>은 우리시대가 직면한 인류사적인 보편의 문제와 더불어 과학도시 대전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고 확장하는 격년제 국제미술행사이다. 우리는 대전의 과학 인프라와 시립미술관을 비롯하여 숲과 강, 그리고 원도심 등의 도시 전체를 잇는 전방위적인 예술프로젝트를 진행함으로써 과학과 기술, 자연과 도시, 나아가 인간 존재의 이해와 인간의 삶의 문제를 다룰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예술적 소통이 우리사회의 새로운 합의도출을 위한 공공영역임을 직시하고 변화하는 시대의 새로운 사회적 합의도출에 기여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과학도시 대전의 정체성은 과학자들의 커뮤니티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과의 예술적 소통을 통하여 문화적 정체성으로 확장한다
. <프로젝트대전>은 연구원과 대학, 기업 등과 미술관의 협업을 통하여 실질적인 과학과 예술의 융복합을 실천할 것이다. 우리는 과학자들과 예술가들의 협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공공기관과 시민사회, 언론, 기업 등의 협업체제를 만들어 과학예술융복합의 시대정신을 구현할 것이다. <프로젝트대전>이 지향하는 과학과 예술의 융복합은 과학도시 대전을 문화도시 대전으로 만들어나가는 과정의 문제이며, 동시에 과학적 진리와 예술적 가치가 상호보완하며 공존하는 생동감 넘치는 도시를 향한 가치의 문제이다.

<
프로젝트대전 2012>의 의제는 에너지이다. 에너지라는 키워드는 자연과학과 인문사회과학의 전 영역을 관통하며 우리시대 최전선의 의제이다. 물리학과 화학, 천문학, 나아가 생명과학의 에너지 문제는 자연 이해의 지름길이다. 인간 개체와 군집을 넘나드는 사회과학의 에너지 문제는 인간과 사회에 관한 새로운 이해와 해석의 지평을 넓힌다. 기술과 연관한 에너지 의제는 하이브리드 기술이나 대안에너지 등의 문제를 떠올린다. 특히 후쿠시마의 대재앙 이후 자연의 재난 못지않게 인공적인 재난으로 떠오른 핵에너지의 문제는 일본을 넘어 동아시아와 인류 전체의 공동의 미래에 관해 성찰적인 의제를 제시한다.

에네르기는 우주만물과 같은 자연과학적 실체와 더불어 인간과 사회화 같은 인간과학 또는 사회과학적 실체 모두를 두루 관통하며 움직임과 변화를 만들어내는 근본적인 힘이다
. 동아시아에서 수천년부터 기()라는 개념어를 사용하면서 자연과 사회, 그리고 인간 이해의 기본 원리로 삼았다. 서구에서는 근대과학의 시대에 들어서 에너지라는 주제를 과학적 의제로 채택했다. 이번 프로젝트의 주제어인 에네르기(Ener)’는 동서양의 에너지 의제를 합친 말이다. 로마자 표기 ‘energy’ 가운데 마지막 음절인 ‘-gy’를 한자어 로 표기함으로써 동서양의 에너지 개념을 함께 성찰해보자는 뜻을 담았다. 한중일에서 각각 [gi], [qi], [ki]’로 읽히는 이 단어는 로마자와 합쳐서 에네르기(Ener)[energy]’라는 합성어를 이룬다.

조선시대의 실학자 최한기는 그의 저서
<기학>에서 이기일원론(理氣一元論)과 이기이원론(理氣二元論)의 경계를 넘어서 기일원론(氣一元論)을 주창했다. 이치(理致)와 기운(氣運)이 하나의 것인지, 아니면 본질과 현상의 관계로 나뉘는 것인지를 놓고 대립한 두 논점을 넘어서는 것이다. 그는 우주의 원리를 활동운화로 보고 운동하는 에너지의 실체로써의 기를 강조했다. 우주는 스스로 생성하고 소멸하는 운동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운화지기는 우주의 운동에너지를 이르는 것이며, 형질지기는 존재의 형체와 질료를 이루는 기를 말한다. 그는 운화하는 기를 나름의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것으로 보고 그것을 운화지리 또는 유행지라라고 했다. 특히 사람의 유행지리를 추측지리라고 했다. 최한기 기학의 기본은 운화지기와 형질지기, 유행지리와 추측지리가 짝을 이루는 데 있다.

한기의 기학은 무형이 아닌 유형의 것을 대상으로 하며, 기의 운화를 파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증험이 가능한 학문이며, 기일원론과 경험과학을 토대로 한 학문이다. 최한기의 기학은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을 관통하며 궁극적으로 인간이해의 길, 즉 인간과학으로 통한다. 본질과 현상, 이론과 실천 등으로 이항대립적인 관계를 보이는 이와 기의 문제를 넘어서 기일원론을 주장한 최한기의 철학은 오늘날 자연과 사회, 인간을 이해하려는 통합과학적 사유의 지평을 연 선구적인 사상이다. 탈근대적 융복합의 시대정신을 갈구하는 현대사회에 있어 근대 초기의 조선철학자의 울림이 큰 이유이다. 조선말 실학자의 이 메시지는 여기 대전에서 열리는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재,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이 공존하는 <프로젝트대전 2012 : 에너르기-Ener>의 탈근대적 통합의 시대정신을 반영한 융복합 예술프로젝트에 깊은 울림을 준다.

프로제트대전은
5개의 프로젝트로 이뤄진다. 첫 번째 프로젝트는 동시대 첨단의 의제를 견지한 사이언스아트 프로젝트로서 미술관 전관에서 열린다. 주제기획전에는 22()의 작가들이 출품한다. 한국의 작가들은 회화와 영상, 공공미술프로젝트, 설치 등의 작업으로 에네르기라는 주제에 접근했다. 이들은 한국사회의 역동적인 에너지를 회화로 풀어내기도 하고, 과학적 이해의 범주를 초원하는 인간의 영성을 담아내묘, 생명에너지와 도시에너지를 과정으로서의 예술프로젝트로 다루기도 한다. 사이언스아트를 본격적으로 다뤄온 국외의 에술가들은 에너지와 엔텔레키와 같은 근본문제를 토탈아트로 담아내며, 생명 에너지, 인터랙션, 우주의 에너지, 전쟁과 에너지, 대재앙과 에너지 등 다양한 주제들을 다룬다.

두 번째 프로젝트는 한밭수목원에서 열리는 현장미술프로젝트이다
. 그것은 대전과 대전 인근의 공주에서 수십년동안 이어져 온 자연미술의 저력을 네트워킹한 결과이다. 참여작가들은 공주에 있는 야투레지던시에서 지내며 수목원 현장의 공간을 활용한 입체 설치 작품을 진행했다. 14인의 국내외 작가들은 자신의 언어로 자연공간을 체험과 이해했고 그것을 현장 작업으로 연결했다. 자연미술은 과학예술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자연에 대한 접근을 모토로 하는 자연미술은 자연에 대한 과학적 세계관과 예술적 실천을 접목하고자 하는 과학예술과 매우 큰 친연성을 가지고 있다. 이번 전시의 참여작가들은 자연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실체로서의 물질세계에 대한 예술적인 접근을 시도했다.

세 번째 프로젝트는 미술관과 연구원
, 대학, 기업 등의 협업을 통하여 융복합예술의 성과를 보여주는 아티스트프로젝트이다. 대전문화재단과 대전시립미술관이 공동 주관하는 이 프로젝트는 아티언스페스티벌(9.1-9.4, 대전문화재단 주최)과 프로젝트대전2012(9.19-11.18, 대전시립미술관 주최), 두 행사의 전시 콘텐츠이다. 아티스트(ArtiST)‘Art in Science & Technology’의 합성어로서 과학기술과 결합한 예술적 실험을 뜻하는 과학과 예술의 협업 프로젝트이다. 참여작가들은 과학자들과의 협업을 통하여 작품을 제작한다. 특히 4()의 작가는 과학예술 레지던시를 거쳐서 대전의 과학 인프라와 결합한 예술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들은 예술가와 과학자의 1:1 매칭워크샵, 대덕연구단지 연구실 탐방, 과학예술융합세미나 등의 공동워크샵 등을 진행하여 실질적인 과학예술의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프로젝트 4>는 대전의 원도심인 대흥동 일대에서 펼쳐지는 원도심프로젝트이다. 이 기획에는 대전에서 오랫동안 살면서 작업해온 예술가 다수가 참가했다. 이들은 원도심의 역사성과 현재성, 그리고 그 시간의 축선에서 형성된 공동체성 등 다양한 문제의식들을 가지고 원도심 곳곳을 탐험했다. 이들은 100년 전에 탄생한 신생도시 대전을 만들어낸 원도심의 에너지를 다뤘다. 그 에너지는 열량을 소모하고 쇄락해가는 별과 같은 것이기도 하고, 그 이면에 재생과 재활의 관점에서 새롭게 탄생하는 신성 같은 것이기도 하다. 다른 도시에서 대전을 방문한 국내외 작가들 또한 이 도시에 만나는 다양한 장면과 상황들 속에 파고들어 장소를 재발견하고, 관계를 생성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마지막 프로젝트는 과학과 예술의 융복합을 총원과 각론의 차원에서 심도 깊게 검토하는 학술심포지움이다
. 이 행사는 자연과학과 인문과학, 테크놀로지와 예술 등 다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과학과 예술, 그리고 에너지 문제를 다룬다. 프로젝트 대전은 과학과 예술의 융복합 프로젝트로서 첫 행사의 주제는 에너지이다. 전시의 개막에 맞춰 열리는 학술 심포지엄은 프로젝트대전의 대전제인 과학예술의 문제와 올 해 행사의 주제인 에너지 문제를 다룬다. 발제와 토론의 참가자들은 미학과 예술학을 전공한 예술이론가들과 큐레이터들은 물론 자연과학 분야의 과학자와 이번 전시의 참여 작가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들은 과학과 예술의 융복합과 과학예술의 지위와 역할을 검토할 것이다. 또한 자연과학과 에너지의 문제를 비롯해 대안에너지와 후쿠시마 이슈, 과학예술 사례 등의 발제가 이어진다. 국내외의 토론자와 관객들과 함께 할 이번 행사의 내용은 녹취를 거쳐 도록에 게재하여 과학예술 담론을 공유하는 자료로 활용될 것이다.

모든 것을 가르고 나눠서 잘고 깊게 파고들었던 근대의 패러다임을 지나서 그것들을 뒤섞어 공존하게 하고 나아가 새로운 실체를 만들어내는 융복합이라고 하는 하나의 거대한 시대정신과 대면하고 있다
. 사회 전 영역의 체계적인 분화과정을 거친 근대 이후 영역과 영역이 만나 새로운 틀을 만들어 내는 탈근대적 통합이 새로운 시대의 가치를 만들어 가고 있다. 객관적 진리탐구의 영역인 과학과 상대적 가치경쟁의 영역인 예술 또한 영역간의 교류와 협업을 통하여 상호성을 넓히고 있다. 자연과 사회, 그리고 이간을 총체적으로 이해하려는 통합의 시대에 있어 과학예술은 최전선에 위치한 서로의 예술이다. 그것은 상호부조의 관점에서 자아와 타자를 성찰하며 차이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융복합의 시대의 새로운 좌표이다. 

김준기
GIM Jungi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

2012/09/05 13:37 2012/09/05 13:37

최동열, 강홍구 : 서울아트가이드 이달의 전시 2012년 9월호

critic & column | 2012/08/21 22:08


서울아트가이드 이달의 전시 2012년 9월호

최동열, 8.12-8.24, 갤러리소
‘신들의 거주지 – 안나푸르나 & 칸첸중가’라는 부제를 단 최동열의 개인전. 그는 히말라야의 험준한 고지대를 오가며 그림을 그렸다. 그는 회화라는 결과물을 얻어내기 위해 고행의 과정을 거쳤다. 그가 우리에게 제시한 회화라는 물질 이면에는 수행으로서의 예술이 있다. 최동열 특유의 회화적 표현이 빚어낸 히말라야의 장엄한 풍경 속에는 평생을 유랑 속에서 살아온 예술가의 치열한 삶이 녹아있다.

강홍구, 8.30-9.19, 원앤제이 갤러리
강홍구는 작업실에서 북한산에 이르는 산책길에서 만난 도시인들의 텃밭과 도시 속의 자연을 담아 녹색연구로 풀어냈다. 사진의 재현에 허기를 느낀 것일까? 그는 흑백사진 위에 색을 입히는 고전적인 수법을 썼다. 그는 피그먼트 프린트에 아크릴채색을 입히는 방식으로 초록을 탐구했다. 지리멸렬한 일상 위에 색을 입히는 마음으로 자연 속의 초록과 인공 속의 초록을 재발견했다.

2012/08/21 22:08 2012/08/21 22:08

소셜 퍼포먼스, 1인시위 : 우리 모두가 구본주다!

critic & column | 2012/07/27 19:02


소셜 퍼포먼스, 1인시위 : 우리 모두가 구본주다!

‘우리 모두가 구본주다!‘. 2005년 10월 31일. 대책위원회는 ‘구본주 소송 종결’에 대한 대책위의 입장을 발표하면서 이런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7년이 지난 지금. 예술인의 지위에 관한 사회적 논의가 일고 있다. 예술인복지제도에 관한 논의를 비롯해서 몇몇 가지 정책들이 나오기도 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팍팍한 세상살이 속에서 예술인들의 신산한 삶은 여전히 힘겹기만 하다. 그러나 세상은 조금씩 변해간다. 그해 여름을 달구었던 소셜 퍼포먼스, 구본주-삼성화재 릴레이 1인 시위는 예술(인)에 관한 사회적 합의도출의 의미있는 출발이었다. 단 한 사람의 조용한 외침, 1인 시위는 세상을 바꾸는 작지만 큰 힘을 가진 소셜 퍼포먼스이다.

2005년 여름과 가을에 걸쳐 서울 한복판의 삼성화재 본사 앞에서는 예술가들의 일인시위가 이어졌다. 그해 7월 4일에 처음 열린 안성금 작가의 일인 시위를 시작으로 10월 26일까지 100여명의 예술인들이 매일 점심시간 마다 삼성화재 본사 앞에 섰다. 작가와 큐레이터, 평론가, 시인, 영화인, 가수, 학생 등 다양한 캐릭터의 시위 참가자들이 요구한 것은 예술인을 무시하는 자본의 논리를 철회하라는 것이었다. ‘예술은 사회적 노동이다’라는 주장 속에는 예술을 둘러싼 우리사회의 제도적 모순에 항의하는 분노의 목소리가 담겨있었다.

예술인들의 릴레이 1인시위는 구본주-삼성화재 사건 때문이었다. 2003년 가을, 촉망받던 조각가 구본주가 서른 일곱 살의 젊은 나이에 포천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가해자 측 보험회사인 삼성화재는  구본주의 유족을 상대로 보험금을 낮추기 위한 소송을 벌였다. 구본주라는 예술가는 무직자이니 배상금을 깎자는 논리였다. 삼성화재는 ‘피해자 과실 범위 70%, 가동 연한(정년) 60세, 경력 불인정, 소득 불인정, 무직자에 준한 배상’ 등의 논리를 폈다. 물론 손해배상금을 둘러싼 피해자와 보험회사의 이견은 비단 삼성화재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삼성이라는 재벌그룹의 방계회사인 삼성화재가 예술가를 상대로 터무니없는 주장을 한 것은 안그래도 사회적 안전망으로부터 소외된 예술가들의 존재 근거에 큰 상처를 주었다.

‘삼성화재의 구본주 손해배상 판결 항소 사건’이 알려지자 예술이들은 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일인시위를 시작했다.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매일 점심시간에 여러 분야의 예술인들이 참가했다. 1인시위에 참가하는 이들의 캐릭터는 물론 그들의 시위양태도 제 각각이었다. 예술가 특유의 기질로 현장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하고, 그 장면을 사진이나 드로잉 방식으로 인터넷 상에 유포한 1인시위 리포트가 세간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언론도 이 사안의 심각성을 알리는 기사를 실었다.

대책위원회는 모금활동과 사건해결을 위한 서명운동을 벌이고, 예술가 복지를 논의하는 세미나를 열었다. 특히 삼성그룹의 총수인 이건희 회장의 부인, 홍라희 여사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통해서 문화공헌 운운하는 삼성그룹의 방계회사에서 예술인을 백안시하는 일을 벌이고 있는 데 대한 입장표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결국 그 해 가을에 이르러 삼성화재의 협상안을 받아들인 유족의 결정으로 합의가 이뤄졌고, 사건을 일단락을 지었다. 당시의 자료들은 지금도 인터넷 카페 <조각가 故 구본주 소송(삼성화재) 해결을 위한 예술인 대책위원회>( http://cafe.naver.com/gubonjuartright.cafe)에 그대로 남아있다.

예술인들의 릴레이 1인시위는 예술가의 유족과 삼성화재라는 보험회사의 배상금을 둘러싼 싸움에 연관한 것만이 아니었다. 구본주-삼성화재 사건의 핵심은 예술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공론화 한 데 있다. 물론 예술가의 노동은 일반적인 노동과 같은 재화와 용역의 생산과는 다른 특수성이 있다. 그러나 예술노동의 특수성을 이유로 그것을 백안시하거나 사회적 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방치할 수는 없는 일이다. 1인시위에 참가한 수많은 예술인들은 하나같이 자신들의 존재를 구본주에 투영했다. 그것은 우리사회가 가지고 있는 예술에 대한, 예술노동에 대한 무지와 편견에 대한 분노였다. 개인의 분노가 우리의 분노임을 확인하게 해준 그 해의 구본주-삼성화재 릴레이 1인시위. 그 유쾌했던 소셜 퍼포먼스의 뜻과 힘을 다시 생각한다.

김준기(미술평론가)

* 아티클, 2012년 8월호 기고문.

2012/07/27 19:02 2012/07/27 19:02

박홍순 : 대동여지도 중간보고서 리뷰

critic & column | 2012/07/21 19:30


박홍순의 대탐사, 대동여지도 출발보고서

박홍순 : 대동여지도 중간보고서, 한미사진미술관, 6.23-8.19

지난 1999년, 백두대간을 타고 오르며 험산준령을 카메라에 담은 박홍순의 사진집을 처음 대했을 때, 나는 그가 이렇게 방대한 스케일의 다큐멘터리를 진행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당시 30대 초반의 신진작가였기 때문이다. 2005년에 이르러 그가 한강을 테마로 개인전을 열었을 때, 산하의 맥락을 완성해나가는 모습에 뭔가 묵직한 예술가로서의 가능성을 발견하기 시작했다. 1999년에 함께 강원도 영월과 평창, 정선을 잇는 동강을 답사하며 찍었던 한강 상류의 모습에서부터 한강 하류의 거대한 풍경에 이르는 대하(大河) 드라마를 선보인 당시의 개인전을 보면서 일관된 주제와 문제 의식을 가지고 한길을 가는 사진가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몇 년이 흐른 뒤 서해안을 촬영할 때는 그를 따라서 서해의 갯벌을 밟으며 그의 발품을 목격하면서, 비로서 그의 거대한 다큐멘터리를 실감할 수 있었다. 새만금방조제의 저 막막하고 막연한 인공재해 현장에서 소금꽃이 핀 갯벌을 누비며 뚜벅뚜벅 걷던 그의 모습에 자연의 위대함과 인공의 허망함을 함께 담으려는 리얼리스트의 모습이 들어 있었다. 서해안을 담은 2008년의 개인전은 ‘고독하고 육중한 박홍순의 거대서사’를 제대로 보여주었다. 그리고 2012년. 그는 14년간의 큰 걸음을 한 묶음으로 묶어 대동여지도 중간보고서를 발표했다. 그 몇 년 사이 그는 진도에서 완도, 강진갯벌, 순천만과 여자만, 거가대교, 그리고 해운대에 이르는 남해안 루트를 섭렵해서 백두대간-한강-서해안-남해안에 이르는 한반도 남단의 대탐사를 절반가량 라인업 해놓았다.

1997년부터 2012년까지 박홍순이 한반도 남단의 산하를 두루 꿰며 담아온 현대판 대동여지도의 중간결산은 이렇듯 긴 호릅의 결과물이다. 대자연의 풍경 속에 끼어든 인공의 흔적을 찍어온 박홍순의 일관성이 돋보인다. 백두대간의 수많은 봉우리들과 동강과 평화의 댐에서 양수리 두물머리에 이르는 한강도 있고, 거대한 규모의 서해안 개발프로젝트인 시화호와 새만금도 있고, 남해안의 진도에서 완도, 강진갯벌, 순천만과 여자만, 거가대교, 그리고 남해와 동해가 만나는 지점의 해운대도 있다. 이 연작은 앞으로 이어질 작업들로 인해 더울 빛을 발할 것이다. 부단한 발길로 산하를 훑고 다니는 박홍순의 대서사시는 시간이 갈수록 힘이 생기는 ‘규모의 사진’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전시를 두고 중간보고서라는 말은 괜한 말이었다. 산맥에 이어 큰강을 훑고 나서 서남해안으로 내달음질 한 그의 대장정은 이제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을 뿐이기 때문이다. 그가 스스로 밝히고 있듯이 동해안과 DMZ에 이어 낙동강과 섬진강, 영산강, 금강, 게다가 그 많은 섬들이 있다. 이것을 다 마친다고 해도 절반의 대동여지도에 그칠 뿐이다. 북한지역으로까지 이어질 그의 대탐사를 두고서 이번 전시가 중간보고서라고 하기에는 모순이 있지 않은가. 한 가지 더 있다. 발해나 고조선의 옛땅을 답사할 예정인 박홍순은 반도사관을 부추기는 대동여지도의 영토개념을 훌쩍 넘어설 것이다. 민족과 국가, 영토 따위의 개념을 훌훌 털어버리고 자유로운 개인 박홍순으로서 거대한 자연을 만나고 싶은 것이 그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전시는 중간보고서가 아니라 거대한 여정을 알리는 출발보고서일 뿐이다.

김준기 (미술평론가)

* 아트인컬쳐 2012년 8월호 기고문.

2012/07/21 19:30 2012/07/21 19:30

부평구 갈산동 421-1 : 콜트콜텍, 김명희 : 서울아트가이드 2012년 8월호 이달의 전시

critic & column | 2012/07/20 22:30


부평구 갈산동 421-1 : 콜트콜텍, 콜트악기 공장, 2012.7.15.-7.25
김강, 김윤환, 김성건, 성효숙, 약손을가진사람들, 전진경, 정윤희, 전미영, 황성미 등 21인(팀)이 참가한 액티비스트 버전의 공장미술제. 지난 2007년 세계적인 악기 브랜드인 콜트악기의 공장폐쇄로 부당하게 해고당한 노동자들이 농성을 벌여온 공장에 지난 4월말부터 모여든 예술가들이 만든 스쾃(예술점거) 프로젝트이다. 전지구를 무대로 한 자본의 폭력에 노출된 사회적 약자들과 연대한 액티비스트들의 예술공장. 눈이 시리게 아름답다.

김명희 김차섭 2인전, 갤러리현대 청담, 2012. 6.21-7.13
김명희 김차섭 부부의 손길은 유라시아 대륙과 아메리카 대륙, 고대의 역사와 동시대의 일상, 유년의 기억과 동시대의 체험 등을 방대하게 섭렵한다. 강원도 춘천의 폐교에서 미국 뉴욕의 맨하탄을 오가며 인간 삶의 시간성과 공간성을 탐색하는 그들은 인류학자로서의 예술가이다. 수십년간의 연작과 새로운 매체 실험을 섞은 신작들에는 동시대와 과거의 감성을 아우르는 지적 통찰력이 공존한다.

* 서울아트가이드 2012년 8월호 이달의 전시


2012/07/20 22:30 2012/07/20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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