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니치 예술가들에게 바치는 꽃 : <재일在日의 꽃> 부산 순회전 기획의 변

critic & column | 2008/01/26 01:12


<재일在日의 꽃> 부산 순회전 기획의 변

자이니치 예술가들에게 바치는 꽃

‘재일의 꽃’이라는 소장품 기획전의 타이틀이 말하고 있듯이 이번 전시의 출품작들이 일본에 존재한 미술들 가운데서 재일동포들과 전후에 일본으로 건너간 한국인들이 일군 빛나는 성취들에 주목하고 있다. 일본말로 자이니치(ざいにち)로 불리는 ‘재일(在日)’이라는 단어 속에는 재일한국인, 재일교포 등을 거쳐서 식민지, 조선 등의 20세기와 그 이전의 역사적 질곡이 담겨있다. 이 전시는 하정웅 콜렉션의 핵심 가운데 핵심인 재일의 문제를 예술적 성취를 통해서 깊이 성찰하고 있다. 하여 이 전시는 ‘자이니치 강고꾸진’ 예술가 여덟 분을 ‘일본 땅에서 피어난 꽃 중의 꽃’으로 삼가 모시고 있다.

<재일在日의 꽃>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은 각기 다른 미학적 관점과 예술학적 의미와 미술사적 가치를 가지고 있지만, 일관된 맥락 속에서 독해가능하다. 그것은 차이와 동질성을 동반하고 있는 예술의 숙명이다. 이 전시의 출품작들은 20세기 한국의 근현대사를 관통해온 여덟 분의 재일 예술가들이 각자 다른 조건에서 일본이라는 영토에서 현대미술이라는 메커니즘을 통해 삶과 예술을 가늠해온 여정 속의 차이와 동질성들을 들여다보게 한다.

여기 모시는 작품들을 창작한 작가들은 재일한국인이라는 차이를 딛고 동시대성과 지역성, 나아가 세계적인 보편성을 획득한 예술가들이다. 예술은 차이를 통해서 존재한다. 시대와 시대가 다르고 지역과 지역이 다르고 사람과 사람이 다르다. 시대와 지역과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는 그 차이를 드러내는 것이 예술이다. 그 가운데서도 시각예술은 그 어떠한 문화적 가치들보다 치열하고 선명하게 각자의 가치를 추구하는 첨예한 길이다. 예술은 각기 다른 시대적 배경과 공동체의 자산과 인간의 가치를 가로지르며 새롭게 묶어낸다.

동시에 우리는 예술을 통해서 동질성을 발견한다. 우리는 예술을 통해서 동시대의 정신적 가치를 얻고자 한다. 지역공동체의 심미적 원형을 발견하기도 한다.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는 공통분모를 자극하여 공감대를 얻어내기도 한다. 차이와 같음을 동시에 담고 있는 감성적 메커니즘. 이것이야말로 예술이 우리에게 안겨주는 가치와 의미의 전모일 것이다.

이번 전시의 출품작들처럼 하정웅 명예관장의 삶과 정신세계 또한 질곡의 역사를 딛고 위대한 정신성을 얻어내고 있다. 그는 재일 한국인으로서의 어려운 조건 속에서 일가를 이룬 사업가로서 미술작품 수집을 통해서 기도하는 마음을 실현한 콜렉터이다. 광주시립미술관의 김희랑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에 출품한 여덟 분의 작품들을 ‘재일미술, ‘절망 속에 핀 꽃’이 전하는 메시지’로 규정하고 ‘절규와 비애, 그리고 상생과 평화’라는 두 가닥으로 메시지를 읽어내고 있다. 인간의 삶을 깊이 헤아리는 기도하는 마음. 하정웅 콜렉션의 정신이 바로 여기에 있다.

재일의 꽃 여덟 작가들은 크게 두 가지 경향으로 나뉜다. 전화황을 시점으로 송영옥, 조양규, 그리고 곽덕준에 이르는 리얼리즘 미술의 경향의 작품들과 곽인식과 이우환, 문승근과 손아유에 이르는 전후 모더니즘 미술의 경향들이다. 물론 한국현대미술과는 또 다른 지형이지만 이들 두 경향은 시대의 질곡을 예술 속에 담아내거나 새로운 예술을 향해 도전과 실험을 통해서 현대미술을 일구어냄으로써 일본 미술계에서도 매우 독보적인 자리를 차지하는 흐름들이다. 한국에서 아직 본격적으로 소개되지 못한 작가도 있다. 이들의 예술적 성취를 깊이 새김으로써 예술과 시대가 어떻게 동행하는지, 영토와 국가의 경계가 예술을 통해서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거나 또는 허물어지는지 그 면면들을 성찰해볼 일이다. 자이니치 예술가들에게 머리 숙여 꽃을 바치는 마음으로 말이다.

김준기 (부산시립미술관 큐레이터)

2008/01/26 01:12 2008/01/26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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